“등록금 인상반대” 대학생 폭력시위… 英런던 아수라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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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여명 경찰과 충돌… 보수당사 난입도

정부의 대폭적인 등록금 인상 방침에 반발하는 영국 대학생의 폭력시위로 10일 런던 시내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14명이 부상하고 대학생 35명이 체포됐다.

전국학생연합(NUS) 소속 대학생이 중심이 된 수만 명의 대학생과 강사들은 이날 오전 시내 중심에서 학비 인상 반대 시위와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처음엔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시위는 긴축재정을 주도하며 정부의 대학 지원금을 축소하고 학비 인상을 유도한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 등 보수당 각료의 집무실이 몰려 있는 웨스트민스터의 밀뱅크타워를 지나가는 순간 돌변했다.

갑자기 시위대 중 200여 명이 유리창을 깨고 건물로 난입해 사무실 집기를 부수고 벽에 낙서를 했으며 50여 명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경찰을 향해 소화기를 던지고 물을 뿌리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갑자기 화재경보가 울리는 바람에 건물 안에 있던 공무원과 시민이 대피하는 큰 소동까지 벌어졌다. 건물 밖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피켓과 깃발을 모아 놓고 불을 붙이고 폭죽을 터뜨리는가 하면 경찰을 향해 각종 물건을 던지며 저항했다. 경찰은 오후 5시가 돼서야 건물을 장악했으며 시위대 20여 명은 밤까지 대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폭력시위로 경찰 7명 등 14명이 다쳤다. 다행히 중상은 없었다. 언론은 이날 집회에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올라온 학생과 강사 등 4만∼5만 명이 참가했으며 지난 10년 내 최대 규모의 학생시위였다고 전했다.

폴 스티븐슨 메트로폴리탄 경찰국장은 “소수가 권리를 남용했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폭력시위자는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법의 처벌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영국 정부는 대대적인 긴축재정 정책에 따라 2012년부터 대학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40% 축소하면서 대학이 학생에게서 받는 학비 상한선을 연간 3290파운드에서 9000파운드(약 1620만 원)까지 3배가량 올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대학은 이를 반겼지만 대학생과 대학생을 자녀로 둔 시민은 크게 반발했다. 고등교육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모든 대학이 학비 상한선인 9000파운드의 등록금을 받을 것으로 조사됐다.

보수당 정권은 다음 달 등록금 인상법 개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연립정부 내 소수파로 대학생을 주 지지층으로 둔 자유민주당은 5월 총선 때 대학등록금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 법안 심사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애런 포터 NUS 의장은 “폭력을 행사한 학생은 부끄럽다”면서도 “학비와 관련한 공약을 어기는 하원의원에 대해서는 소환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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