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정 그들만의 총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민주인사 출마 막고 언론도 통제… 수치 여사 “불공정” 투표 보이콧

1962년 쿠데타 이후 군사정권이 통치해온 미얀마에서 7일 20년 만에 총선거가 치러졌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군정에 의한 불공정·조작 선거 논란으로 얼룩졌다. 이날 오전 6시(현지 시간) 미얀마 전역 4만여 투표소에서 투표가 시작돼 오후 4시경 끝났다. 전국 37개 정당 및 무소속 후보자 3000여 명이 상·하원 및 지역 14개 의회의 1160개 의석을 놓고 경쟁했다.

미얀마 군정은 이날 선거를 철저한 통제 속에 진행했다.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를 비롯해 가택연금 또는 수감된 반(反)군정 정치인 2200명의 피선거권은 아예 제한됐다. 외신 및 국제적 선거참관인단의 입국은 금지됐고 미얀마 언론도 군정이 허락한 곳에서만 취재할 수 있었다. 태국 접경지역을 통해 미얀마로 온 일본 뉴스업체 APF사 기자는 체포됐고 영국 BBC방송은 인터넷 기사에서 안전을 위해서라며 미얀마 파견 기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수도 네피도와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폭동진압 경찰이 주요 길목에 배치됐지만 투표소 주변에서 군인은 보이지 않았고 조용한 가운데 선거가 치러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날 저녁 개표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군정은 언제 결과를 공개할지 밝히지 않았다.

이번 선거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복원에 필요한 의회 구성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 군정의 각 부처 장관 27명과 퇴역 장성으로 구성돼 사실상 군정의 ‘2중대’라 할 통합연대발전당(USDP)과 역시 군정을 옹호하는 민족단결당(NUP)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손쉽게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신은 전했다.

수치 여사와 그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군정이 원하는 대로 치러질 불공정선거임에 틀림없다”며 투표를 보이콧했고, 일부 지역은 높은 후보등록비용 때문에 야당 후보자를 내세우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USDP와 NUP는 각각 후보자 1112명과 995명을 내놓았지만 최대 야당인 민족민주주의세력(NDF)의 후보자는 고작 164명이다. 게다가 전체 의석의 25%는 선거법에 따라 군정 참여 군인들로 채워진다.

인도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번 선거는 결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며 “수치 여사를 비롯한 양심수를 즉각 무조건 석방하라”고 연설과 성명을 통해 밝혔다. NDF를 비롯한 일부 야당도 “사전 투표에서 공무원이 USDP를 찍도록 강요받았다”며 선거위원회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외신도 강압적인 선거 분위기 때문에 불안한 유권자의 심경을 전했다.

그러나 미얀마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가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변화를 불러올 단초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미얀마 군정은 1990년 국민의 거센 민주화 요구에 떠밀려 첫 선거를 실시했다. 그러나 수치 여사가 이끄는 NLD가 전체 485석 중 392석이나 차지하자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고 정권 이양을 거부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