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쇠락은 분명하지만 이는 절대적 힘의 쇠퇴가 아니라 상대적 쇠퇴로 앞으로 수십 년 내에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지는 못할 것이다.’
‘소프트 파워’ 이론의 주창자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사진)가 흔들리는 제국 미국의 미래를 이같이 내다봤다. 나이 교수는 2010년 11월, 12월호 포린어페어스지에 기고한 ‘미국 국력의 미래(The Future of American Power)’라는 글에서 미국의 쇠락과 급격하게 부상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논했다.
나이 교수는 “미국의 쇠락을 전망하는 것은 더는 새로운 것도 아니고 학계에 만연한 일종의 유행과도 같은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절대적인 힘의 쇠퇴가 아니라 상대적인 것으로 국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 수십 년간 미국이 여전히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욱 우월한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그는 “21세기는 매우 불평등한 권력 자원의 배분 속에서 시작된 시기”라고 전제한 뒤 “미국은 세계 인구의 5%를 구성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총생산의 4분의 1 정도를 책임지고 있고 세계 군비 지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 등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또 “문화와 교육 측면에서 가장 광범위한 소프트 파워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 교수는 “중국의 부상과 상대적인 미국 국력의 변화는 상당부분 중국의 정치권력 변화의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정치적인 격변을 억제한다면 중국의 국가규모나 현재의 경제성장률에 비춰 중국이 미국과의 국력 격차를 줄일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그는 미국이 가진 압도적인 소프트 파워의 크기와 군사력의 우위, 그리고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견제를 꼽았다. 그는 “중국에 대한 일본의 불신을 고려할 때 중국과 연합하기보다는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고 일본의 독립성을 유지하려고 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미국 편이라는 점은 중국의 부상을 가로막을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
나이 교수는 미국의 쇠락을 앞당길 가장 큰 요인을 미국 내부에서 찾았다. 테러와의 전쟁에 몰두하면서 급격하게 번져가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혐오증과 외부에 대한 개방을 차단하려는 수구성이 ‘미국병’의 근원이라는 것. 그는 “권력의 이동을 20세기 패권론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 같은 생각은 중국으로 하여금 모험주의적 국력팽창의 길을 걷게 할 우려가 있는 동시에 미국 역시 중국의 부상을 두려워한 나머지 과도한 대응에 나설 위험성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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