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최고의 홍보 문구 “클린턴이 다녀간 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6일 1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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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뉴델리의 고급 레스토랑 부카라는 값이 비싼데도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고객들은 이렇게 주문하기 마련이다. "클린턴이 먹던 걸로 주세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2000년 이 집에서 식사한 뒤로 부카라는 '맛집'의 대열에 올랐다. '클린턴이 먹던 것'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지자 부카라는 클린턴을 위해 특별히 만들었던 메뉴를 아예 상설 메뉴로 팔고 있다. 가격은 약 110달러. 이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클린턴이 앉았던 테이블'을 찾기도 한다.

전 세계 레스토랑들에게 최고의 홍보 문구는 '클린턴이 다녀간 집'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다녀간 사실을 레스토랑 측이 홍보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용케 알고 찾아온다는 것.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여행이나 레스토랑 관련 가이드북 또는 신문 기사에 꾸준히 나온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가면 카사 루시오에 가보라. 빌 클린턴이 스페인 국왕과 먹었던 곳이다"거나 "영국 런던에 가면 르 퐁 드 라 투르에 가보라. 빌 클린턴이 좋아하는 곳이다" 하는 식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비공식 '미슐랭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독일 베를린의 데트레프 오베르뮬러 레스토랑도 2000년 클린턴 전 대통령이 슈뢰더 당시 독일 총리와 들러 식사한 뒤 유명해졌다.

이 레스토랑 주인은 "지난밤엔 스웨덴 사람 25명이 와서 먹고 갔다. '여기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느냐'고 했더니 클린턴이 이 곳에서 식사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 실린 10년 전 스웨덴 신문을 내밀더라"고 전했다.

아이슬란드의 한 핫도그 노점은 2004년 "한번 와서 잡숴봐"라는 노점상의 외침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 와서 마보고 간 직후 영국 가디언지가 선정한 '유럽의 5대 식품 노점' 리스트에 올랐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최고의 맛집 홍보 효과를 내는 이유는 우선 그의 '식탐' 때문이다. 또 클린턴은 식당에 들를 때마다 거기서 식사를 하고 있던 사람들은 물론 웨이터와 주방 사람들에게까지 찾아가 인사를 하고 사진 촬영에 응한다. 방명록에도 서명을 남기며 다녀간 후에는 보좌진들에게 감사 카드를 보내게 한다.

클린턴은 식탐이 있기는 하지만 10가지 코스가 나오는 정식 요리를 시키기보다는 소박한 스타일의 메뉴를 선호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클린턴이 들르는 식당과 먹을 메뉴는 본인이 정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참모들이 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클린턴이 먹었던 메뉴'를 찾지만 정작 본인은 어디에 가서 무얼 먹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당과 메뉴 선정 기준도 '쉽게 갈 수 있는 곳'처럼 맛과는 크게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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