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자이 ‘이란과 뒷돈거래’ 시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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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1, 2회 수십만달러 받아 탈레반 매수 등 비자금 사용”

미국의 대규모 군사 및 경제 지원으로 정권을 유지하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미국에 적대적인 이란 정부로부터 거액의 현금을 정기적으로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AP AFP통신에 따르면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이란 정부가 수년 전부터 1년에 한두 차례 70만∼97만5000달러를 아프간 대통령실에 지원해온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우방국가인 이란이 지원해준 돈을 대통령실 경비로 사용했다”며 “투명한 자금”이라고 강조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 돈이 비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아무것도 숨길 게 없다. 우마리 다우드자이 비서실장이 그 돈을 받았으나 내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현금이 가방으로 전달됐느냐는 질문에 “가방으로 전달된 게 맞다. 이를 더는 문제 삼지 말자”고 말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미국도 이란과 똑같이 현금을 내 사무실에 지원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민감한 성격의 자금 수수설과 관련해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적극 해명에 나선 것은 뉴욕타임스가 23일 익명의 정부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자금의 아프간 유입 사실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이 신문은 다우드자이 비서실장이 이란정부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비밀자금을 받아 아프간 정치인과 부족 지도자, 탈레반 간부 등에게 나눠줬다고 보도했다. 서방 외교관은 “이란이 지원한 돈은 기본적으로 대통령 비자금”이라고 지적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앞서 아프간 수도 카불 주재 이란대사관은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25일 “터무니없고 모욕적인 기사”라고 부인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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