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에 희망주는 캠페인 힐러리도 가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0일 15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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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학교에 다닐 때는 심하게 따돌림을 받았지. 그 시기를 잘 참고 견뎌야 해. 삶은 곧 나아질 거야.'

사회적 편견에 고통 받는 10대 동성애자에게 희망을 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한 캠페인이 미국 전역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처음엔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에서 일반인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시간이 지나자 일부 유명인사도 속속 가담하고 최근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캠페인에 동참했다. 최근 미국에선 한 동성애자 대학생이 따돌림을 참지 못해 자살을 하고, '커밍아웃' 동성애자의 미군 복무가 논란이 되는 등 성적 소수자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캠페인을 시작한 사람은 시애틀의 성(性) 칼럼니스트이자 동성애자인 댄 새비지 씨였다. 그는 지난 달 초 15세 게이 소년이 주변 친구들의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신문기사를 접했다. 새비지 씨는 "내가 이 학생과 단 5분 만 대화할 기회가 있었어도 그가 극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들을 자살의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자주 강의할 기회가 있었지만 일선 중·고등학교는 그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강사로 불러주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온라인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었다.

새비지 씨는 자신의 동성애자 남편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서서 둘이 학창시절 때 겪은 고통의 시간들, 하지만 지금까지 잘 견뎌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차분히 구술했다. 그리고 "지금 이 동영상을 보는 10대 동성애자들도 조금만 견디면 삶이 나아질 것(It gets better)"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동성애자인 테리 밀러와 결혼했으며 현재는 입양한 12세 아들을 두고 있다.

이 동영상은 삽시간에 인터넷에서 퍼졌다. 새비지 씨처럼 학생 때 따돌림을 당했다는 다른 동성애자들도 비슷한 내용의 동영상을 유투브에 올렸고 일부 커밍아웃을 한 연예인들도 대열에 합류했다. 리얼리티 TV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의 스타 팀 건도 이 캠페인을 통해 "17살 때 자살을 생각했던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급기야는 19일 클린턴 국무장관도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클린턴 장관은 동영상을 통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자살하는 청소년의 이야기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성적 소수자는 편견과 증오를 극복하고 이를 견뎌야 한다. 당신의 생명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국내외에서 나라를 위해 일하는 많은 성적소수자가 있는데 과거에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이는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It gets better'라는 제목으로 캠페인에 참여한 동영상은 1000여 개에 이른다. 뉴욕타임스는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커밍아웃 스토리를 공유함으로써 연대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볼 때 이를 인권운동의 형태로 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 캠페인은 '자신의 삶이 이전보다 행복해졌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권운동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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