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났던 아이티, 아파트값 대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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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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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관계자-외교관 등 수요 넘쳐 아파트 품귀… ‘방 3개’ 한 채가 10억원

집값이 가장 쌀 것 같은 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부동산 가격이 높기로 유명한 미국 뉴욕이나 서울보다 더 비싼, 이해되지 않는 일이 아이티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AP통신이 17일 보도했다. 9개월 전 최악의 강진으로 도시가 초토화됐고 수십만 명이 사망한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이야기이다.

현재 이 도시에서 방 3개가 딸린 아파트 가격은 90만 달러(약 10억 원)에 이른다. 조망이 좋은 방 3칸짜리는 한 달 임차료가 1만5000달러(약 1680만 원)다. 이 정도면 뉴욕 중심부의 괜찮은 호텔 숙박비에도 밀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수요는 많은데 아파트는 없기 때문이다. 올해 1월 12일 발생한 강진으로 포르토프랭스에선 가옥 11만 채가 붕괴되고 이재민 150만 명이 발생했다.

하지만 아파트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주요 수요층은 구호를 위해 들어간 비정부기구(NGO)들이다. 이들은 텐트를 치고 살기보단 치안이 좋은 아파트를 요구한다. 이 밖에 언론사나 외교관 등도 주요 임대 고객층이다. 기존의 사무실이 파괴된 AP통신사도 지진 발생 전보다 3배 이상 비싼 가격에 방 3칸짜리 아파트를 빌려 사무실 겸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아이티 강진은 아파트가 붕괴되지 않은 사람들에겐 이전에는 꿈에도 꿀 수 없던 일확천금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인구 대다수가 하루 1달러로 연명하는 아이티에서 10만 달러는 가히 천문학적 금액이다. 아파트 소유주들은 자국민에게는 아예 집을 빌려주려 하지 않는다. 외국인들이 가격도 높이 쳐주고 신용도 좋기 때문이다. 지진 발생 9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포르토프랭스에는 신축 주택이 거의 공급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130만 명의 이재민이 텐트촌에서 살고 있으며 이들이 언제 그곳을 벗어날지도 요원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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