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맞불 시위… 센카쿠 분쟁 다시 불붙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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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에서 지난 주말 상대국을 비난하는 거리시위가 동시에 발생했다. 양국 간 갈등이 다시 점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16일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와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 허난(河南) 성 정저우(鄭州),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 등 대도시에서 수천∼수만 명의 시위대가 반일(反日)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댜오위다오를 반환해라’ ‘일본 상품을 쓰지 말자’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또 일부 흥분한 시위대가 폭력 양상을 띠어 현지 공안의 제지를 받았다.

펑황(鳳凰)위성TV에 따르면 청두 시내에서는 16일 오후 1만여 명의 시위대가 행진을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일본 대형 유통업체 이토요카도의 화탕(華堂)백화점에 침입해 난동을 부렸다. 시안에서는 일본 국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정저우에서도 일본 운동복점이 습격당했다.

이번 시위는 대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17일에도 중국에서 반일 시위가 벌어졌다”면서 ‘중국 각지의 시위는 각 대학의 정부계열 학생회가 조직한 것’이라는 홍콩 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실제로는 관제 데모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일본 도쿄 도심에서도 극우파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전 자위대 항공막료장이 주도하는 시위대 2800여 명이 반중(反中)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센카쿠는 일본 영토’라고 쓴 플래카드와 일본 국기를 들고 “중국이 일본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침략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외치며 주일 중국대사관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중국대사관 앞에서 ‘센카쿠 침략’을 규탄하는 항의문을 낭독했으나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센카쿠 열도가 속해 있는 오키나와(沖繩) 현에서도 이날 국회의원과 현직 시장 등 약 700명이 참가하고 오키나와 현 지사도 메시지를 보낸 중국 비판 집회가 열렸다. 8일엔 주일 중국대사관에 실탄과 함께 중국을 비판하는 글이 적힌 편지가 배달됐다고 한다.

일본 언론은 도쿄의 반중 시위는 거의 보도하지 않은 반면 중국의 반일 시위와 이로 인한 일본 상점 피해를 크게 보도했다. 그러면서 갈등 해소 쪽으로 향하던 양국관계가 다시 꼬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주일 중국대사관 앞 반중시위와 관련해 “엄중히 보고 있다는 점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마 대변인은 또 자국민에 대해서도 “일부 군중이 일본의 잘못된 언행에 대해 분노를 표시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나 법에 따라 이성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면서 “비이성적 위법 행위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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