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神과 함께 34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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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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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대통령 “전세계가 잊지 못할 멋진 날”… 1명 구조 1시간 안걸려 오늘 오전중 마무리

희망을 캐서 돌아오다 칠레 산호세 광산 붕괴사고로 지하에 갇혀 있던 광원 33명이 69일 만에 기적의 생환 길에 올랐다. 구조 캡슐을 통해 광원들을 구출하는 작업이 12일(현지 시간) 오후 늦게 시작됐고 13일 0시 11분 첫 번째로 구출된 광원이 지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구조작업에서 두 번째로 지상에 올라온 광원 마리오 세풀베다 씨가 오른손을 치켜들고 구조대원들과 함께 ‘칠레’를 연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산호세=신화 연합뉴스
망을 캐서 돌아오다 칠레 산호세 광산 붕괴사고로 지하에 갇혀 있던 광원 33명이 69일 만에 기적의 생환 길에 올랐다. 구조 캡슐을 통해 광원들을 구출하는 작업이 12일(현지 시간) 오후 늦게 시작됐고 13일 0시 11분 첫 번째로 구출된 광원이 지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구조작업에서 두 번째로 지상에 올라온 광원 마리오 세풀베다 씨가 오른손을 치켜들고 구조대원들과 함께 ‘칠레’를 연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산호세=신화 연합뉴스
하얀 안전모를 눌러 쓴 7세 소년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구조 캡슐이 땅 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엄마와 함께 초조하게 아빠를 기다리던 비론 군은 한걸음에 그에게 달려갔다. 그러고는 69일 만에 만난 그리운 아빠의 두 팔에 안겼다. 주변에서 구조대원들은 칠레를 뜻하는 “치 치 치…레 레 레”라는 구호를 외치며 매몰 광원의 생환에 감격의 응원을 보냈다.

비론 군은 아빠와 영영 이별하는 줄 알았다. 8월 5일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이 붕괴된 지 일주일이 지나자 정부는 “매몰 광원이 돌아올 확률은 거의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17일 뒤인 8월 22일 아빠와 동료들이 아직도 전원 살아있다는 기적 같은 소식이 날아왔다. 그 뒤로 비론 군은 광산 주변에서 살다시피하며 “아빠를 무사히 돌려 달라”고 매일같이 기도를 올렸다.

아빠는 두 달여를 지하 갱도에 갇혀 있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밝고 건강한 표정이었다.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안전장구를 착용한 채 당당하게 캡슐에서 걸어 나온 그는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플로렌시오 아발로스 씨(31). 그가 매몰 광원 33명 중 처음 지상으로 구조된 것은 정확히 13일 0시 11분(이하 현지 시간·한국 시간 13일 낮 12시 11분)이었다. 아발로스 씨는 건강검진을 위해 간이 병원으로 이송되면서도 승리를 뜻하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기적의 생환 드라마에 전 세계가 감동했다. 이날 낮 12시 현재 매몰 광원 33명 중 아발로스 씨를 포함해 14명이 건강한 모습으로 그리운 가족의 품에 돌아왔다. 우려했던 돌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이날 “광부들을 구조하는 시간이 앞당겨지고 있다”면서 “33명 광부들에 대한 구조가 오늘 중(한국시간 14일 정오 이전)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첫 광원의 구조과정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현지 구조대는 당초 12일 오후 8시경 첫 구조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시점이 오후 10시로 늦춰지고 또 두 시간이 미뤄졌다. 만반의 준비를 위한 과정이었지만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들은 혹시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에 발만 동동 굴렀다. 12일 오후 11시 반경 마침내 광원들이 있는 지하 622m 갱도로 구조대원이 도착하는 화면이 잡히자 광산은 사람들의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후 아발로스 씨가 캡슐에 올라탄 순간부터 지상에 모습을 보이기까지 16분 동안 사람들은 긴장감에 숨을 죽였다.

이들은 지하에 가장 오래 갇혀 있다가 생환하는 세계 기록을 세웠다. 현장에 있던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오늘 밤은 칠레 국민과 전 세계가 영원히 잊지 못할 멋진 밤”이라며 “우리는 이들에게서 희망과 동료애가 무엇인지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차려놓은 ‘희망 캠프’는 ‘비바 칠레(Viva Chile·칠레 만세)’의 구호로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 과정을 집과 길거리에서 생중계로 지켜보던 칠레 국민들도 덩달아 눈물을 흘렸고 트위터 등 전 세계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 언론사 홈페이지는 광원과 구조대원들을 축하하고 응원하는 글로 도배됐다.

구조된 광원들은 인근 대도시 코피아포의 병원으로 이송돼 정밀검진을 받고 귀가한 뒤 언론 인터뷰 등 사후 활동을 하게 된다.

산호세=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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