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어두운 그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일 21시 26분


"지금 당신이 입고 있는 트레이닝복은 어쩌면 누군가의 땀과 눈물, 심지어 피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

나이키, 퓨마 등 세계적인 유명브랜드 스포츠웨어들이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서 상당수 생산된다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 그런데 현지 노동자들이 열악한 시스템 탓에 심각한 고통을 받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고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1일 보도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대표적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나이키와 퓨마, 아디다스 3개사의 생산 공장 조사 결과 281개의 공장이 노동환경 평균기준에 못 미치는 '불만족(unsatisfactory)'이나 '최악(abysmal)'의 판정을 받았다. 생산품은 전 세계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으면서 이를 만드는 노동자들은 응당 받아야 최소한의 대접도 못 받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기준 479개 공장을 조사 대상으로 삼은 나이키는 무려 168곳이나 기준에 미달됐다. 퓨마는 362개 공장 가운데 75곳이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아디다스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으나 38개 공장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미달된 공장들은 낮은 임금이나 지저분한 환경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휴일도 없이 일주일 내내 일하는 노동자들도 많았고, 심지어 법적으로 일할 나이가 안 된 어린이나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임산부들을 아무렇게나 채용해 쓰는 곳도 있었다. 중국이나 베트남의 일부 공장들은 화약약품을 다루면서도 특별한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문제가 지적된 상당수 공장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할 노조조차 설립되지 않아 최소한의 방패막이도 없는 셈이었다.

인디펜던트는 "스포츠웨어 시장은 세계적으로 연간 1340억 파운드(3890억 원)란 엄청난 시장 규모에도 가지고 있음에도 어두운 일면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퓨마 등 업체들은 이에 대해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현지 정부 및 노동자들과 긴밀히 논의해서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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