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도 지나치면 禍… 아일랜드 또 흔들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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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회 놓쳐 경제규모 축소…재정적자, GDP의 25% 넘을수도

올 상반기 국제 금융시장을 극도의 긴장 상태에 빠뜨린 그리스발(發) 재정위기가 아일랜드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일랜드 은행들의 부실 우려가 증폭되면서 투자자들은 앞다퉈 국채를 투매하고, 신용평가사들도 국가 신용등급을 낮추겠다며 엄포를 놓는 상황이다. 아일랜드는 그동안 유럽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이른바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 중 하나다.

아일랜드의 위기는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풍문으로만 떠돌다가 이번 주 들어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 27일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 나라의 국영은행인 앵글로 아이리시 은행의 신용등급을 낮췄고, 그 다음 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은행 부실을 이유로 아일랜드의 국채 신용등급까지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쇄 악재에 놀란 투자자들이 갖고 있던 채권을 서둘러 내다팔면서 28일 10년 만기 아일랜드 국채금리는 0.25%포인트나 오른 6.72%까지 상승했다. 그나마 이마저도 유럽중앙은행(ECB)이 매물로 나온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여 시장을 진정시킨 결과였다.

금융시장은 아일랜드가 그리스 등 다른 유럽 국가와는 달리 초강력 긴축정책으로 재정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는데도 이 같은 위기에 봉착하게 된 점을 주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일랜드 위기의 원인은 방만한 재정지출이 아니라 도리어 지나친 긴축으로 경제성장의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아일랜드는 지난해 경제규모가 10%나 축소된 데 이어 올 2분기에도 연 환산 ―5%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이어갔다.

아일랜드 정부는 일단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가능성은 부인하면서 조만간 앵글로 아이리시 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부실은행에 대한 공적자금까지 포함하면 아일랜드의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5%를 넘을 수도 있어 투자자들이 조마조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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