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신생아의 40%가 ‘中원정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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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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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제한 피하고 자녀장래 고려… 대도시 거리에 임신부 모집광고

중국인 부부가 지난해 홍콩에서 출산한 아이가 2만9766명으로 홍콩 내 전체 출생아의 40%가량을 차지했으며 2000년 709명에 비해 41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홍콩 원후이(文匯)보와 중국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망 등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인 부모가 ‘1가정 1자녀’ 제한을 피해 출산하거나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홍콩에서 아이를 낳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부모들은 대졸 이상 고학력의 바링허우(80後·1980년대 출생자)가 많았다.

원후이보는 “중국인 부모들은 ‘홍콩은 130여 개국과 비자 면제협정을 맺고 있고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어 홍콩 신분은 자녀에게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원정 출산 부부는 중국 전역에서 오고 있으며 광둥(廣東) 성 푸저우(福州) 시 등 일부 대도시에는 ‘홍콩 출산 임신부’ 모집 광고판도 거리에 등장했다.

중국인의 홍콩 여행이 2003년부터 자유화되면서 원정 출산 붐이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정 출산이 늘어 병상 부족 현상을 빚는 등 문제가 나타나자 홍콩은 2007년 2월부터 출산 7개월 전에 홍콩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분만 예약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억제에 나섰다. 하지만 출산 직전 홍콩에 와 머무르다 공립병원 응급실로 찾아오는 산모도 적지 않다. 지난해 공립병원에서 출생한 중국인 출생아는 6000여 명에 이른다.

산모 1인당 출산비용은 평균 3만4000위안(약 580만 원)가량이지만 출산 전 진단 및 산후 조리까지 포함하면 9만 위안(1500만 원)가량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개했다. 홍콩은 대륙의 산모들로 골치를 앓고 있지만 한 해 약 1억5000만 홍콩달러(약 2250억 원)의 원정출산 수입이 생겨 빈곤층 의료서비스 확충에 쓰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도 홍콩에서 태어나 대륙으로 돌아온 상당수 원정출산 자녀는 산하제한에 위배돼 출생 등록 및 취학이 안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전 시는 시 호구(호적)를 가진 임신부가 홍콩 마카오 및 외국에서 둘째를 낳으면 12만 위안(약 2000만 원)에서 16만 위안의 벌금을 부과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SCMP가 19일 보도했다. 하지만 현실을 인정해 주장(珠江) 강 삼각주의 일부 도시에서는 국제학교에서 ‘홍콩 출생 중국인 자녀’들을 편법으로 받아들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인의 원정 출산지는 속지주의를 채택해 자국에서 태어나면 시민권을 주는 미국 뉴질랜드 등도 많아 미국에 중국인 원정출산 중개업소만도 수백 곳에 이른다고 원후이보는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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