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30년만에 헌법개정… “성숙한 민주사회 길 열어”

동아일보 입력 2010-09-14 03:00수정 2010-09-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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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정’ 틀벗고… ‘민주’ 터키로
1980년 군사정변 이후 30년 만에 터키에서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 주요 외신들은 12일(현지 시간) 치러진 터키 국민투표 잠정개표 결과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제안한 개헌안이 가결됐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터키 국영 TRT TV 보도를 인용해 개표가 99% 마무리된 가운데 전체 투표자의 58%가 개헌안에 찬성했다고 전했다. 국민투표에는 약 5000만 명의 유권자 가운데 78%가 참여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사진)가 이끄는 집권 AKP는 이번 개헌안 통과로 권력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다짐으로써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이스탄불 AKP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터키는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를 향한 중요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헌법 26개항을 고친 이번 개헌안은 △사생활 보호 △노조의 단결권 확대 △아동의 권리 보장 등을 포함하고 있고 군 간부를 군사법정이 아닌 일반 법정에서 재판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터키가 군사정부 시대의 구시대적 인권 상황을 마감하고 좀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터키가 가입을 바라고 있는 유럽연합(EU)도 “터키가 올바른 진전을 이루었다”며 개헌을 환영했다.

그러나 터키 내부에서는 이슬람 정당인 AKP가 주도한 개헌이 터키 정치의 근본인 세속주의(국가 기구나 관습이 종교와 분리돼야 한다는 이념)를 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KP는 2008년 세속주의 침해를 이유로 제소됐다가 헌법재판소에서 정당 해산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바 있고 1997년에는 AKP의 전신이자 이슬람 정당이었던 복지당이 세속주의 침해를 이유로 헌재의 해산 명령을 받아 와해된 일도 있다. 그러나 이번 개헌으로 정부와 의회가 최고 재판관 선출·임명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고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을 의회 검증위원회가 견제할 수 있게 됐다. 세속주의 침해를 이유로 이슬람 정당을 해산 위기에 몰아넣었던 헌재의 인사권과 영향력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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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야당은 “42%의 유권자는 개헌을 지지하지 않았다”며 “개헌안은 사법부 통제를 통해 세속주의를 약화시키고 권위주의 통치를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쿠르드인 정치 지도자들은 “개헌안이 소수민족 차별 문제를 도외시했다”며 반발했다.

야당과 쿠르드인의 반발로 이날 터키 전역에서는 시위와 충돌이 잇따랐다. 아나톨리아통신은 이날 남부 메르신 등 7개 도시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발사했으며 약 90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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