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IMF ‘긴축정책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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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세 신설하겠다” vs “재정적자 추가 감축을”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 새 행정부가 추가 긴축조치를 요구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갈등을 빚으면서 헝가리 재정위기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유럽개발은행(EBRD)은 20일 “오르반 행정부와 IMF 간 대립이 금융시장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며 헝가리발 재정위기가 다른 동유럽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오르반 총리는 이날 부다페스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IMF는 헝가리 내정에 간섭할 아무런 권리가 없다”며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1일 보도했다. 그는 “전임 정부가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IMF에 다짐한 약속은 지킬 것”이라며 “IMF에 대해 헝가리가 져야 할 유일한 의무는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8%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이 밖의 모든 것은 순전히 우리의 일”이라며 “국제적인 약속은 지키겠지만 약속을 어떤 방법으로 이행할 것인가는 우리가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오르반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IMF와 헝가리 정부 간 협상이 17일 중단된 뒤 사흘 만에 나온 것이다. 한편에선 10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IMF와 유럽연합(EU)은 헝가리가 추가 긴축조치 수용을 거부하자 아직 전달되지 않은 구제금융 자금 지원을 동결했다. 양측은 은행세 도입을 놓고 가장 크게 부딪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은행세를 신설해 6억5000만 유로를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IMF는 그보다는 정부 지출을 삭감하고 공기업을 개혁하는 등 과감한 재정적자 감축에 나서라고 압박하고 있다. IMF 측은 “은행세 도입은 투자여건을 악화시켜 헝가리 재정 안정화에 반드시 필요한 미래 성장가능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헝가리가 지금 당장은 자금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지 않지만 IMF와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머톨치 죄르지 헝가리 경제장관은 추가적인 긴축조치를 원치 않는다고 강조하면서도 “IMF와의 협상은 결렬된 게 아니라 일시 중단된 것”이라고 밝혀 향후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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