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교예산 감축 허리띠 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0일 03시 00분


“대사 부임때 일등석 안돼 해외공관 수영장 물 빼라”

“대사가 부임할 때는 퍼스트클래스 대신 비즈니스클래스를 이용하라.”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일본 정부가 외교 관련 예산을 바짝 죄기 시작했다. 외무성은 18일 대사들이 해외 근무지로 부임하거나 임기를 마치고 귀국할 때 이용하는 항공기 좌석등급을 퍼스트클래스에서 비즈니스클래스로 낮추기로 했다고 산케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낭비요인이 있는 경비를 철저히 삭감하겠다는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대사들이 이용할 항공좌석 강등조치는 조만간 베이징(北京)행을 앞두고 있는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주중 대사 내정자부터 적용된다.

외무성에 따르면 도쿄∼런던 구간의 일본항공 편도 정규요금(유류할증료 포함)을 기준으로 할 경우 퍼스트클래스는 177만 엔(약 2478만 원)으로 비즈니스클래스 73만 엔(약 1022만 원)보다 104만 엔(약 1456만 원) 더 비싸다.

외무성은 이제까지 대사가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는 점을 감안해 부임, 귀국, 전근 시 퍼스트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공무원 여비법’에 근거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 하지만 경제가 장기간 침체되면서 국회의원도 퍼스트클래스 이용을 자제하고 비즈니스클래스로 격을 낮춘 마당에 대사들에게만 과도한 여비 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는 게 외무성의 판단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해외 공관들에서는 대사가 부임할 때 상대국의 고관이 마중 나오는 의전절차 등을 감안해서라도 퍼스트클래스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지만 민주당 정권의 예산절감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일본 정부가 외교예산에 회초리를 든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정권교체 직후 실시한 고강도 예산재편성 작업을 통해 일부 외교예산이 터무니없이 방만하게 운용되고 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외교당국은 2011년도 재외공관 운영예산으로 1211억 엔(약 1조7000억 원)을 요구했으나 민주당 정권은 수영장이 있는 해외 대사공관이 84곳, 테니스코트가 있는 대사공관이 26곳이나 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삭감을 요구했다.

특히 정상회의가 열릴 때 호텔 숙박비의 경우 적정 시가보다 많게는 10배 가까이 부풀려 지출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 11월 13, 14일 이틀간 요코하마(橫濱)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예산은 숙박비 과다계상 등의 이유로 20% 깎였다. 당초 외교당국이 요구한 예산은 171억 엔(약 2390억 원)이었다. 총리와 외상의 해외방문 예산도 수행원 수와 여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15% 삭감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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