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민자 폭동’ 또 터지나

  • Array
  • 입력 2010년 7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이민계 청소년들 동남부 그르노블서 이틀째 방화-총격전

프랑스 동남부 알프스 지역에 위치한 그르노블의 교외 빈민가에서 16일 이민계 청소년들이 가게와 차량에 불을 지르고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는 소요가 발생했다. 이날 소요는 전날 그르노블 교외 온천휴양지 위리아주레뱅에서 총기로 위협하고 카지노를 턴 27세의 카림 부두다가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단이 됐다.

30여 명의 젊은이는 교외 빈민가 빌뇌브에서 추도식을 끝낸 직후인 16일 밤 쇠몽둥이와 야구방망이 등 흉기로 무장하고 전차를 습격하는 등 난동을 부리며 다음 날 새벽까지 자동차 60여 대와 건설장비점 등 여러 곳의 상점에 불을 질렀다.

경찰은 당초 최루탄을 쏘며 제압에 나섰지만 17일 오전 2시 반경 난동을 부리던 젊은이 가운데 1명이 경찰을 향해 총을 발사하면서 양측 사이에 총격전까지 벌어졌다. 다행히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민계 청소년들의 소요는 17일 밤 다시 시작돼 18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당국은 둘째 날에는 첫날보다 더 많은 총탄이 경찰을 향해 발사됐지만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둘째 날에는 약 15대의 차량이 불탔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프랑스 경찰은 18일 오전 총기를 발사하고 방화를 저지른 혐의로 4명의 청소년을 체포했다.

브리스 오르트푀 내무장관은 이날 늦게 소요현장을 방문해 조속한 질서 회복을 다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그 전에도 이 지역의 마약과 무기 거래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못한 오르트푀 내무장관의 다짐을 반신반의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한 주민은 “오르트푀 장관의 방문은 오히려 이민자들의 반발만 키워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노조 SGP-FO에 따르면 최근 수개월간 그르노블에서 폭력사태가 증가했다. 3월 이후 인근 알프스 지역 도시의 카지노가 습격당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현지 경찰은 정부에 그르노블을 ‘치안불안 지역’으로 지정해 경찰력을 강화해줄 것을 요구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프랑스 언론은 이번 충돌 사태가 2005년 11월 파리 북부 교외에서 발발한 이민자 폭동 사태와 비슷한 양상으로 확대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2005년 당시 파리 북부 클리시수부아에서 이민자 청소년 2명이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 감전 사고로 숨진 뒤 두 달가량 300여 채의 건물과 1만여 대의 차량이 불타는 등 혼란 상황이 지속됐었다.

이어 2007년 파리 북부 빌리에르벨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청소년 2명이 순찰차와 충돌한 뒤 숨진 사건을 계기로 이민자 소요가 재발했고 지난해에도 동부 바뇰레시에서 청소년들과 경찰이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편 프랑스 검찰은 3차례 무장 강도 전력이 있는 카지노 강도 부두다에게 경찰이 총격을 가한 것을 정당방위로 인정했다. 검찰은 부두다와 공범 한 명이 강도 직후 차를 타고 빌뇌브로 달아났고 경찰이 이들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3발의 총격 저항을 받았으며 공범이 버리고 간 차량에서 2만∼4만 유로의 현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요에 가담한 청소년들은 경찰이 죽은 부두다를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등 시신을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