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나 괜찮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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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공식매체에 첫 모습 등장… “건강 양호한 편”

2006년 7월 장출혈 수술을 받은 뒤 모습을 감추었던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84)이 4년 만에 처음 공식매체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쿠바 관영 웹사이트 ‘쿠바데바테’는 10일 카스트로 전 의장이 7일 아바나의 국립과학조사센터(NCSI)를 깜짝 방문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실었다.

이 사진들은 카스트로 전 의장이 NCSI를 방문할 당시 몰려들었던 직원들이 휴대전화로 찍은 것이다. 이후 2명의 관영언론 기자들이 이를 전해 받아 자신들의 블로그에 공개했고, 쿠바데바테가 다시 이를 받아 실었다.

사진 속 카스트로 전 의장은 스포츠용 점퍼 차림으로 말라 보였지만 건강이나 기분 상태는 좋아 보였다. 그는 이날 몰려든 사람들을 포옹하고 키스도 보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지난해 초 한 기고문에서 “2012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보지 못할 것 같다”며 자신의 건강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현장 시찰을 나올 정도로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2008년 2월 국가평의회 의장 자리를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에게 물려주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쿠바 공산당 제1서기의 직함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 등 관영매체에 글을 쓰고 찾아온 각국 지도자들과 면담하는 등 여전히 권력의 한복판에 서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모습은 철저히 감추었다.

이는 2008년 8월 뇌중풍(뇌졸중)을 앓았던 또 다른 독재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전혀 다른 행보다. 김 위원장은 뇌중풍에서 어느 정도 회복한 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노동신문이 하루에 50∼60장의 김 위원장 사진을 화보집처럼 게재한 일도 최근 여러 차례 된다. 그때마다 노동신문은 수십 년 동안 6개 면을 발행해왔던 전례를 깨뜨리고 10개 면 이상을 발행했다. 후계 문제를 해결했느냐 해결하지 못했느냐의 차이가 두 사람 간의 전혀 다른 ‘사진 정치’를 낳은 것이라고나 할까.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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