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 출격에 대한 日 입장은

  • 동아일보

“美 요청땐 적절하고 신속하게 대응”
1960년엔 자동출격…1969년 “전향적 결정”
日 자율성 확보 내비쳐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외상은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의 출동과 관련한 미국의 사전협의 요청이 오면 ‘적절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일본 언론이 16일 보도했다. 오카다 외상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미일 밀약에 관한 입장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1960년 외교밀약을 통해 한반도에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주일미군의 출동을 사전협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미국이 일본의 동의 없이도 주일미군을 한반도로 출격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한미안보조약에 따라 주일미군이 자동 출격한다는 의미였다.

밀약 체결 이후인 1969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총리는 미국을 방문해 “사전협의를 요청해 오면 전향적이고 신속하게 일본 정부의 태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은 주일미군 출동에 앞서 일본 정부와 사전협의를 해야 하지만, 일본은 사실상 곧바로 동의해 주겠다는 의미다.

민주당 정권은 지난해 집권하자마자 미일 밀약에 대한 전면조사를 벌였고 올 3월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밀약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효력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자 미국에선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일본은 미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사전협의에 적절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다만 일본 정부는 ‘전향적’이란 말 대신 ‘적절’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율성을 더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선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일본 내 기지에서 발진하면 일본의 의지와 관계없이 분쟁에 휘말린다는 우려가 있어 왔다. 그러나 밀약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던 일본 정부가 미국에 이런 약속을 했다고 공개한 것은 천안함 사건 등 최근의 안보 정세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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