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지지율 첫 ‘마의 1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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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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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20%미만 역대 정권
대부분 ‘총리사임-총선’ 수순
하토야마, 오자와와 긴급회동
“힘 합쳐 최선” 퇴진론 일축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 지지율이 처음으로 10%대로 떨어졌다. 31일 일제히 발표된 주요 언론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17∼20%를 기록했고, 하토야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여론은 50% 안팎으로 치솟았다. 참의원 선거를 1개월 앞둔 민주당에서는 “이대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총리 퇴진론이 불거지고 있다. 역대 정권은 내각 지지율이 10%대로 내려앉으면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총리 교체설이 급부상하자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이 긴급 회동해 진화에 나섰지만, 민주당 분위기는 심상찮다.

○ 후텐마 치명타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29, 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하토야마 내각 지지율은 17%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정권 출범 후 매달 실시한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단 한 번도 올라간 적이 없었다. 후텐마(普天間) 기지를 오키나와(沖繩) 현 내로 이전하기로 한 미일 공동성명이 발표되고 사민당이 연립정권에서 이탈한 후유증이 컸다. 총리가 후텐마와 관련해 ‘약속을 어겼다’는 응답은 78%였고,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은 46%였다. ‘총리 사임’ 여론은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선 59%, 마이니치 58%, 니혼게이자이 63%였다.

정당지지율에선 민주당(21%)이 자민당(15%)을 약간 앞섰으나 참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투표할 정당을 묻자 양당이 나란히 20%로 나왔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정권출범 후 처음으로 양당 지지율이 역전됐다.

○ 지지율 10%대 버텨낸 내각 별로 없어

민주당에선 총리 퇴진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실권자인 오자와 간사장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오자와는 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 31일 오자와 간사장을 급히 만난 하토야마 총리는 “힘을 합해 최선을 다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퇴진론을 일축했다. 정권 내 역학관계상 총리가 물러나면 오자와 간사장도 동반 퇴진해야 하고, 참의원 선거가 1개월 남은 시점에서 총리 퇴진은 자멸을 자초한다는 점에서 ‘하토야마+오자와 체제’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는 현실론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지율이 계속 추락해 참의원 선거가 절망적인 상황이 될 경우 민주당 정권으로선 극약처방을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일본에선 전통적으로 내각 지지율 20%를 정권 운영의 위험수역으로 여겨왔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총리가 사임하고 다수당이 후임을 내세우거나 국회해산 후 총선을 실시한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초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은 취임 5개월 만에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자 ‘총리 교체론’이 봇물처럼 쏟아졌고, 임기 만료까지 자리는 지켰지만 결국 54년 만에 자민당 정권이 막을 내리는 수모를 겪었다. 그 직전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내각도 지지율이 10% 후반으로 떨어지자 전격 사퇴하고 아소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자민당 정권의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모리 요시로(森喜朗) 내각도 한결같이 10%대 지지율에서 퇴진 압력을 견뎌내지 못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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