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후세인을 동성애자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7일 14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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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전 미 중앙정보국(CIA) 내에 설치된 이라크작전그룹(Iraq Operations Group)의 첫 과제는 이라크 내에서 당시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후세인 대통령과 국민을 멀어지게 해야 후세인 축출을 명분으로 한 미국의 공격에 대한 정당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 중에는 다소 황당하게 보이는 것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후세인 대통령을 동성애자로 몰자'는 것. 워싱턴포스트 웹사이트의 안보전문 블로거인 제프 스타인 씨가 25일 올린 글에 따르면 아이디어의 내용은 가짜 후세인을 등장시켜 10대 소년과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찍은 비디오를 만들어내자는 것이었다. 당시 이 그룹에서 일했던 한 전직 CIA 요원은 "화질을 뿌옇게 처리해 마치 '몰래카메라'로 은밀하게 찍은 '섹스동영상'처럼 제작한 뒤 이 비디오를 이라크 전역에 뿌리자는 제안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라크 TV 시스템을 조작해 가짜 후세인을 출연시켜 "장남인 우다이에게 권좌를 물려주니 모두 충성을 다하라"는 하야 성명을 발표하는 긴급뉴스를 내보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이라크 사회를 혼란에 빠뜨려 보다 쉽게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와 함께 9·11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라덴을 흠집 내기 위한 계획도 준비됐다. 빈라덴이 측근들과 함께 캠프파이어 주위에 앉아 술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테러 성공을 자축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실제 제작했다는 것(이슬람교는 술 마시는 것을 금지한다). "실제 출연자들은 CIA 요원 중에서 아랍계와 외모가 비슷한 사람을 골랐다"고 이 요원은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제안이 실행되지는 않았다. 다른 요원들이 대부분 반대하자 이라크작전그룹을 책임지고 있던 제임스 파비트(James Pavitt) CIA 부국장의 지시로 결국 아이디어들은 폐기됐다. 미 정부는 이런 사실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고 스타인 씨는 밝혔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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