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6·2지방선거와 7·11참의원선거를 앞두고 진행되는 선거정국이 닮은꼴이다. 두 선거 모두 전국 단위의 대형 선거로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고 이후 국정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안보 쟁점으로 정권 중간평가
선거 판세를 좌우할 최대 쟁점은 양국 모두 안보문제다. 한국은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일본은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 이전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표심이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 쟁점이 동북아시아 안보와 밀접히 연관된 국제적 사안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천안함 사건의 진행 상황에 따라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을 불러올 수 있고 북핵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발진기지 역할을 하는 후텐마는 중국 대만을 포함한 동북아 군사력 균형에 중요한 요인이다.
이들 쟁점이 양국 정권 측에 작용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천안함은 보수층의 결속을 불러 한나라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지만, 후텐마는 일본 정권의 최대 악재다. 17일 발표된 아사히신문 여론조사 결과 ‘현 정권이 오키나와(沖繩) 밖으로 후텐마를 이전하겠다던 공약을 위반했다’는 평가가 61%였다. 후텐마는 몇 개월째 정권 지지율을 끌어내린 최대 요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0% 안팎으로 고공행진을 하는 반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은 20%대 초반으로 하락 추세라는 점도 상반된 양상이다. 일본 민주당 정권은 지난해 중의원에 이어 7월 참의원 선거에서도 단독 과반수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으나 쉽지 않은 형국이다.
○ 열쇠 쥔 중국 미국…여론은?
천안함 사건에선 한국 미국 일본이 공동보조를 다짐하는 가운데 중국의 태도가 최대 관심사다. 한미일 3국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범행이라는 쪽으로 기울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중국은 대북제재에 소극적이다. 중국이 계속 북한을 감싸고 돌면 한국으로선 난감해질 수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최근 중국을 방문한 것이나 한국이 조사 결과를 중국에 사전 설명하려는 것 등은 중국이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후텐마 문제는 미국의 태도가 관건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오키나와 등 지역 주민의 동의를 얻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미국 정부와 합의해야 한다. 미국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후텐마를 일본 정부 뜻대로 관철할 수 없고 그러면 다시 ‘공약 위반’이라는 비난 여론이 비등한다. 일본 외상과 방위상이 미국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양국 여론이 천안함과 후텐마라는 안보 쟁점에 대해 끓고 있긴 하지만, 한국에선 북한에 대한 비판이 강한 반면 일본에선 화살이 자국 정부를 향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후텐마 마감시한이 닥치면 선거와 안보 쟁점의 연관성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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