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차례 이상 여진… 사망자 600명 넘어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6일 03시 00분


■ 中 칭하이성 위수 강진 발생 이틀째
가옥 1만5000채 붕괴, 이재민 10만명 넘어
국도 통행재개로 장비 속속 도착… 구조 활기

14일 중국 칭하이(靑海) 성 위수(玉樹) 짱(藏·티베트)족자치주 위수 현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15일 현재 사망 및 실종자가 1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무원 위수지진구조지휘대책본부는 15일 “이날 오전 11시 현재 사망 617명, 실종 313명, 부상 9110명”이라며 “부상자 중 970명은 중상자”라고 발표했다. 신화(新華)통신은 “특히 학교 건물이 나무와 흙으로 지은 구식이 많아 어린이의 희생이 많았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희생 어린이만 최소 56명”이라고 보도했다.

대책본부는 또 “최소 1만5000채의 가옥이 붕괴하고 1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진앙인 위수 현에서는 14일 이후 이틀간 750차례 이상의 여진이 계속됐다. 쓰촨(四川) 성 간쯔(甘孜) 짱족자치주의 사망자도 45명으로 늘었다.

2008년 쓰촨 성 원촨(汶川) 대지진 때 발생 직후 현장을 찾았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이번에는 발생 이틀째인 15일 오후 6시 위수에 도착해 피해 주민을 위로하고 구조작업을 독려했다. 원 총리는 이달 말 미얀마 등 동남아 3개국 순방 일정을 연기했으며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도 브라질 브릭스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고 15일 귀국길에 올랐다.

○ 구호품 속속 도착, 구조도 활기

지진 발생 이틀째인 15일 위수 현 공항과 시닝(西寧)에서 위수로 통하는 국도 214호선 등의 운행이 재개되면서 중국 전역에서 구조대와 의료진, 구호물자 및 자원봉사자가 속속 도착해 구조작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금속절단기 생명탐지기 다기능공구 압축기 대형크레인 등 구조장비가 도착하면서 살아남은 주민들이 맨손과 삽으로만 구조작업을 벌이던 14일과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제구(結古) 진의 민쭈(民族)호텔 잔해에 깔려 있던 한 여성이 17시간 만에 구조되는 등 극적인 구조 사례도 이어졌다.

구조 현장에는 공안부가 광둥(廣東) 쓰촨 허난(河南) 성 등 10개 지역에서 1974명의 소방대원을 조직해 파견했으며 군경 및 의료인력 등 5000명가량이 투입됐다. 베이징(北京) 시가 1000만 위안과 천막 1만 장 등을 모아 보내는 등 각 지역의 성금과 성품 모금 활동도 시작되고 자원봉사 활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 고산증, 추위, 황사까지 겹쳐 구조 악전고투

구조대원들은 지진 발생 지역이 해발 4000m 이상인 데 따른 고산증과 추위, 정전 및 황사폭풍 등 각종 악조건이 겹쳐 말 그대로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 위수 현 직업기술학교 공회의 창즈창(常志强) 주석은 “생존자 찾기에 동원된 구조견들마저 고산 반응으로 수색작업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가 끊기고 천막 공급도 충분하지 않아 노천에서 지내고 있는 상당수 이재민들은 밤이면 영하의 날씨에 떨며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내고 있는 실정이다. 남아있는 식량도 이틀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피해 현황도 속속 파악되면서 제구 진 부근의 시항(西杭) 촌은 민간주택의 99%가 붕괴돼 마을이 송두리째 사라져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제구 진의 한 주민은 “집과 학교가 폐허로 변한 마을 곳곳에 시체가 널브러져 있어 마치 영화 속의 전쟁터를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신화통신도 “지진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주민들은 폐허 속에서 맨손으로 가족들의 시체를 파낸 후 일단 거리에 내놓아 거리에는 피를 흘리는 부상자와 함께 시체가 즐비했다”고 보도했다.

마둬(瑪多·칭하이 성)=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홍콩서 자원봉사 왔다 4명 구하고 자신은 숨져
초등교사들, 맨손으로 파헤쳐 학생 27명 살려내▼

■ 구조현장 의인-미담


위수 현 지진 발생 현장에서도 자신을 희생하며 지진 피해자를 구하는 미담이 이어졌다.

위수 현 츠싱시위안후이(慈行喜願會) 보육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홍콩의 택시 운전사 황푸룽(黃福榮·46) 씨는 14일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고아들과 직원들을 구하다 결국 목숨을 잃었다고 원후이(文匯)보 등 홍콩 언론이 보도했다.

황 씨는 먼저 건물 잔해에 매몰된 고아 3명과 직원 1명의 목숨을 구한 뒤 나머지 2명의 직원을 구조하러 들어가다 여진으로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에 머리를 맞았다. 중상을 입은 황 씨는 응급조치를 받았으나 1시간 만에 숨졌다고 보육원 측은 밝혔다.

1주일 전 진앙인 위수 현에 온 황 씨는 2008년 쓰촨(四川) 대지진 때에도 자원봉사활동을 했으며, 2002년에는 홍콩의 자선단체가 주최한 ‘걸어서 베이징까지’ 행사에 참여해 20만 위안(약 3200만 원)을 모금하기도 했다.

칭하이 성 공안청은 15일 구조작업에 참가한 위수 현 공안국의 경찰 1명과 보조요원 2명이 사망했으며, 수 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여진 및 추가 붕괴 위험에도 자신을 돌보지 않고 구조 활동에 나서다 여러 사람이 희생된 것.

위수 현 제3완취안(完全)초등학교의 교사들은 지진 직후 구조대가 오기 전 붕괴된 건물 잔해를 맨손이 터지도록 걷어내 수십 명의 학생을 구해냈다. 14일 오전 7시 49분 순식간에 학교 건물의 80%가량인 18개의 교실이 무너졌다. 이 학교의 등교 시간은 오전 8시 반이지만 일찍 등교한 학생들은 교실에서 자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사들이 머물던 2개동 건물은 균열은 생겼지만 무너지지는 않았다. 출근해 있던 60여 명의 교사들은 발굴 장비를 챙길 틈도 없이 무너진 건물 더미를 뒤졌다. 교사들은 이날 모두 61명의 학생을 찾아냈다. 34명은 이미 숨졌지만 27명은 크고 작은 상처만 입은 채 생명을 건졌다.

징화(京華)시보는 “손이 온통 피투성이인 교사들은 아직도 200여 명의 제자가 묻혀 있을 것이라며 붕괴 현장으로 달려가 다시 구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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