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8년만에 ‘우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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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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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서 중도우파 야당 압승
극우 ‘요비크’도 3위정당 올라
386곳중 121곳 25일 2차투표

11일 헝가리 총선 1차 투표에서 중도우파 야당 피데스가 집권 사회당을 꺾고 압승을 거둠에 따라 지난 8년간 좌파가 집권했던 정국의 향방이 다시 우파로 넘어갈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헝가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르반 빅토르 전 총리(46·사진)가 이끄는 피데스가 52.8%를 득표해 전체 386석 가운데 206석을 확보했다. 여당인 사회당은 19.3% 득표로 28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극우 민족주의 정당인 요비크가 16.7% 득표로 단숨에 26석을 차지하며 3위 정당으로 부상하는 최대 돌풍을 일으켰다. 반(反)유대주의와 반유럽연합(EU) 등을 표방하며 2003년에 창당된 요비크는 이번에 처음 의회에 진출했다.

1차 투표를 통해 전체 386석 중 265석이 확정됐으며, 나머지 의석은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 선거구를 대상으로 이달 25일 실시되는 2차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외신들은 2차 투표까지 끝나면 피데스가 3분의 2 안팎의 의석을 확보한 거대 여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오르반 총재는 수도 부다페스트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유권자들은 헝가리의 미래를 위해 투표했다”며 “이번 승리는 헝가리의 승리”라고 말했다. 오르반 총재는 1998년 총선에서 피데스의 승리를 이끈 뒤 2002년까지 4년간 총리를 지냈다. 당시 35세로 유럽 최연소 총리였다.

이번 선거에서 중도우파와 극우정당이 득세한 것은 실업률이 치솟는 등 경제난에 따른 불만이 집권 사회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표출됐기 때문이다. 사회당은 4년 전 총선에서 43%를 득표해 피데스의 도전을 막아냈으나 이번에는 득표율이 20%에도 못 미쳐 소수 정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헝가리는 2008년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267억 달러를 지원받아 국가부도 위기를 넘겼다. 이후 사회당의 재정긴축 노력으로 서서히 회생하고는 있으나 세금 인상, 급여 및 연금 삭감 등에 대한 불만으로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다.

반면 피데스는 향후 10년간 일자리 100만 개 창출, 세금 감면, 금융규제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유권자층을 파고들었다. 오르반 총재는 “올해 재정적자는 현 정부의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DP)의 3.8%의 2배가 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재정긴축 기조의 방향 전환을 시사하기도 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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