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시위대 실탄사격… 희생자 더 나올 수도
일본인 기자도 숨져… 군부-국왕 움직임이 변수
끝내 피를 보고야 말았다.
지난달 14일 시작돼 장기전 양상을 보이던 태국 반정부 시위가 10일 정부 측 군경 진압부대와 시위대가 충돌하며 최소 21명이 목숨을 잃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양측 모두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여서 긴장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 실탄까지 등장…시가전 방불
8일 비상사태를 선포한 태국 정부는 이날 오후 7시경 본격적으로 방콕 시내를 점거한 시위대 진압작전에 돌입했다. 군경 측이 고무탄과 최루가스, 물대포 등을 이용해 강제해산에 나서자 레드셔츠 시위자들은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화염병을 던지며 이에 맞섰다.
시위대가 주둔했던 랏차담넌 거리 인근 민주기념탑 주위에서 시작된 충돌은 카오산 로드 쪽으로 번지며 더욱 격렬해졌다. AFP통신은 “특히 진압군이 사격을 개시하자 시위대도 응사하면서 사상자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AP텔레비전뉴스(APTN)에 따르면 시위대 측은 저격용 라이플까지 들고 나왔다.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도 “정부는 위협용으로 허공에 대고 총을 쐈다”고 말해 실탄 사용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로이터통신 소속 무라모토 히로 기자 역시 가슴에 총을 맞고 숨졌다.
2시간가량 이어진 처참한 충돌은 진압대가 작전상 후퇴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태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군경 사망 4명 및 부상 200여 명을 포함해 최소 21명이 숨지고 800여 명이 다쳤다. 시위대 수백 명이 체포됐고 레드셔츠 역시 군경 수십 명을 인질로 붙잡았으나, 정확한 숫자는 밝히지 않고 있다.
○ 또 다른 희생 가능성 농후…
이날 태국 유혈사태는 지난주부터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7일 반정부 시위대 ‘독재저항민주주의연합전선(UDD)’이 태국 의회에 난입하자 아피싯 총리는 곧바로 방콕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시위 주도자 27명의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진압대에 강제해산을 명령하는 등 강경대응을 발표했다. 이에 맞서 레드셔츠는 9일 반정부 성향의 민영방송 PTV를 송출하기 위해 방콕 외곽 타이콤 위성기지국을 탈취하는 등 거센 반격에 나섰다. 당시에도 무력충돌로 13명이 다쳤다.
사망자가 나왔음에도 정부와 시위대는 여전히 종전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아피싯 총리는 “앞으로도 법으로 정해진 맡은 바 임무를 다하겠다”고 밝혀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UDD 지도자 아리스만 퐁르앙롱 역시 “희생자들을 위해서 끝까지 싸우겠다”며 “기존 목표인 의회 해산·조기 총선과 함께 총리 사임 및 국외 추방도 요구한다”며 투쟁 수위를 높였다. AP통신은 “현재로선 사상자를 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도 시위대 진압에 실패한 정부가 안팎으로 훨씬 불리한 처지”라고 분석했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제3의 세력’ 동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6년 쿠데타에 성공한 태국 군부 최상위층이 첫 번째 변수. 뉴욕타임스는 “중립적인 자세를 견지해온 태국 최고 파워집단의 움직임에 따라 사태는 급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침묵을 지켜온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거취도 주목된다. 실제적인 정치권한은 없어도 국왕의 말 한마디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친다. 시위대는 “왕은 백주대낮에 총 맞아 죽는 백성들의 피눈물을 돌봐 달라”며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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