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쿠데타? 친위 쿠데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阿 기니비사우 군부, 대통령은 가만 놔둔채 총리-참모총장만 체포

서아프리카의 소국 기니비사우에서 군부가 국무총리와 참모총장을 감금하는 등 쿠데타로 보이는 일련의 군사행동이 일어났다.

AP통신은 1일 “기니비사우의 수도 비사우에서 일부 군인이 카를루스 고메스 주니어 총리와 조제 자모라 인두타 3군 참모총장을 포함한 정부 관리와 장교 40여 명을 반역행위로 체포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8시경부터 시작된 이번 군사행동에 주동군들은 쿠데타란 표현을 쓰고 있지 않지만 국영라디오가 계속 군가를 트는데다 작전신호로 짐작되는 시그널도 여러 차례 흘러나왔다. 다만 군부는 말랑 바카이 사냐 대통령에 대해선 특별한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군사행동 직후 새 3군 참모총장에 오른 안토니우 은자이 참모차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자이 참모총장은 국영방송을 통해 “이번 작전은 순전히 군부 내의 문제”라며 “군인들은 시민 정부와 국가정치조직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은자이 참모총장 측은 총리 및 참모총장의 체포와 함께 은신 중인 부보 나 추토 전 해군참모총장을 복권시켰다. 추토 전 참모총장은 2008년 쿠데타 모의가 적발된 뒤 망명했다가 최근 귀국해 비사우 주재 유엔사무소에서 지내왔다. 군사행동 소식이 알려지자 같은 날 비사우 시내에선 시민 수백 명이 항의시위를 벌였다. 고메스 총리는 현재 군부에서 풀려나 가택연금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법을 준수하며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사냐 대통령은 “군인들 사이에 약간 혼란이 있었을 뿐 기니비사우는 평온한 분위기”라고 반박했다.

세네갈 아래에 위치한 강원도와 경북도를 합친 크기인 기니비사우는 인구 160만 명의 작은 나라. 1974년 포르투갈에서 독립한 뒤 쿠데타와 내전이 반복되며 유엔 ‘삶의 질’ 조사 대상 국가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