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테러범 끝장낼 것” 보복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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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자살폭탄 배후로 북부 캅카스 반군 지목
알카에다 연관 가능성 시사… 용의자 3명 추격


러시아 정부가 29일 수도 모스크바의 지하철역 2곳에서 발생한 연쇄 자살폭탄테러의 배후로 체첸 분리주의자를 포함한 북부 캅카스 지역의 반군을 지목하고 보복을 선언했다. 러시아 정부는 또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가 이번 테러에 관련됐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이날 국영TV에 나와 “러시아 사법당국은 범죄자들을 찾아내 처벌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테러범들을 끝장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푸틴 총리는 또 보안군에 “은신해 있는 테러범들을 하수구 바닥에서 긁어내야 한다. 이는 보안군의 명예가 걸린 문제”라며 신속한 검거를 지시했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이 보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테러 현장을 찾아가 헌화하며 “테러를 저지른 야수들을 찾아내 쓸어버리겠다”고 보복 의지를 밝혔다.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연방보안국(FSB) 국장은 메드베데프 대통령 주재로 크렘린궁에서 열린 회의에서 “테러범들이 북부 캅카스 반군세력과 연계돼 있다”며 “현장에서 수거한 자살폭탄테러범의 신체 일부를 조사한 결과 이들이 북부 캅카스에서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경찰은 폐쇄회로(CC)TV 자료 분석을 통해 공범으로 밝혀진 여성 2명과 남성 1명을 추적하고 있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전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여성 1명이 30일 숨져 이번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39명으로 늘어났다. 러시아는 30일을 국가애도일로 정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외부 세력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에서 활동하는 테러세력을 잘 알고 있다”며 “그곳에서 계획된 테러는 아프가니스탄뿐 아니라 러시아의 캅카스를 포함한 다른 국가에서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카에다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개연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안보전문가 알렉산드르 이그나텐코 씨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체첸 반군지도자 다쿠 우마로프가 알카에다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고, 그의 수행단에 알카에다 대원이 포함돼 있다”며 “알카에다가 북부 캅카스에도 거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배후로 의심받는 체첸반군 조직 ‘캅카스 에미리트’는 이번 테러와 관련해 어떤 견해도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러시아의 최고 실력자인 푸틴 총리가 1999년 9월 체첸 분리주의자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지난해 4월까지 10년간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펼쳐 국민적 지지를 얻었으나 모스크바를 노린 이번 테러로 다시 시험대에 서게 됐다고 지적했다. 푸틴 총리는 그동안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 자율권을 허용했지만 앞으로 추가 테러 발생을 막지 못할 경우 푸틴 주변의 강경세력들이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밀어내고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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