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이스라엘 외교관 추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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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위조해 암살에 활용 용서못해”
이 “증거도 제시 않고…”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발생한 하마스 핵심간부 마흐무드 알마브후흐 암살 사건과 관련해 영국 정부가 23일 자국 국민의 여권을 위조한 책임을 물어 이스라엘 외교관을 추방하는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다. 영국이 이스라엘 외교관을 추방한 것은 1988년 스파이사건에 연루된 외교관을 추방한 후 20여 년 만에 처음이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외교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해 “영국 위조여권들이 하마스 간부 암살에 사용된 것에 대한 책임이 이스라엘에 있다는 ‘강력한(compelling)’ 이유들이 존재한다”며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더구나 영국의 우방국가가 이런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이 일을 더 꼬이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스라엘대사관에 외교관 1명을 추방하겠다는 뜻을 밝혀 현재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교관은 2주일 이내에 영국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밀리밴드 장관은 추방 외교관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더타임스와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런던지부 책임자라고 보도했다.

또 영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영국 국민의 여권을 또다시 위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자국민에게는 이스라엘 방문 시 신상정보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내용의 여행자 경고를 발령했다. 외교관 추방 발표 하루 전인 22일에는 론 프로서 영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해 위조된 영국 여권이 하마스 간부 암살에 사용된 경위를 추적해온 영국 중대조직범죄청(SOCA)의 조사 결과를 브리핑했다.

SOCA에 따르면 암살단이 사용한 위조여권에 등장하는 영국인 12명은 신상정보를 도둑맞은 선량한 피해자들로 이스라엘 또는 다른 제3국에 입국할 때 직원들에게 여권을 건넸다가 원본이 복사된 것으로 드러났다. 밀리밴드 장관은 “복사 수준이 매우 높아 국가정보기관의 소행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영국 측의 조치에 유감을 나타냈다. 프로서 대사는 “영국 정부의 결정에 실망했다”면서도 “양국 관계는 앞으로도 긴밀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성명에서 “영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전제한 뒤 “이스라엘이 이 사건(하마스 간부 암살사건)에 관련이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우리 측에 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하마스 간부 암살사건:

1월 19일 두바이의 한 호텔방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핵심간부 마흐무드 알마브후흐가 피살된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암살단은 자연사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피살자에게 근육이완제 등 약물을 투여한 뒤 질식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두바이 경찰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사건 배후로 지목하고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호주 독일 여권을 사용한 26명을 공개수배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확인도 부인도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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