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개혁 새 역사’ 美國은 지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4일 03시 00분


《미국에서 마침내 국민 대다수가 가입하는 건강보험제도가 마련됐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벌이는 입법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세일즈 투어를 준비 중이고 공화당은 당장 법안 무효투쟁에 나섰다. 지각변동이 일어난 미국 사회의 ‘그날 이후(The Day After)’ 표정이다.》
“전쟁 끝”
오바마, 백악관 서명식 이어 승리자축 對국민 홍보 준비


○ 개선장군 오바마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민주당 주요 의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법안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어 그는 25일 아이오와 주 아이오와시티를 찾아 건보개혁법 홍보 행사를 갖는다.

2007년 대선 출사표를 낸 오바마 후보는 그해 5월 아이오와시티에서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의 청사진을 처음으로 제시했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후 1년 3개월간 공화당은 물론 보험업계, 로비스트 등 기득권과 벌여온 입법전쟁의 승리를 자축하는 첫 여행지 아이오와에서 건보개혁이 가져올 효과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겠다는 복안이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앞으로도 당분간은 건보제도 문제에 관해 빈번하게 연설할 예정이며 11월 중간선거 때까지도 이러한 행보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중간선거의 승부처 중 하나가 건보개혁의 성패에 대한 정치권의 대논쟁이 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공화당은 이번 건보개혁으로 보험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이 지나치게 커지고 재정투입 규모가 늘어 국민세금 부담이 증대된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뭐가 끝”
공화당 “무효화 투쟁 나설것”… 11개州 검찰총장 “헌소 제기”


○ 무효투쟁 나선 공화당

건보개혁 입법화를 원내에서 저지하는 데 실패한 공화당은 즉각 건보개혁법 무효화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공화당 대선후보를 지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지지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미국민 대다수의 뜻에 반해 추진된 건보개혁법 하원 통과는 무효”라며 “당장 무효화 투쟁에 나서자”고 기염을 토했다. 2012년 대선 공화당 유력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을 하나로 뭉치게 하겠다는 공약을 배신한 채 적나라한 당파성을 등에 업고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했다”고 주장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의 짐 드민트 상원의원도 이날 건보법안 철회입법안을 공개했다. 그는 “대통령과 의회가 공모해 헌법을 위반하고, 미국이 상징하는 모든 것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며 “이번 입법을 철회하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하원에서도 스티브 킹(아이오와), 미셸 바크먼 의원(미네소타) 등이 건보개혁법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법안 발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버지니아, 플로리다, 앨라배마, 네브래스카, 텍사스, 오클라호마, 펜실베이니아, 워싱턴, 유타,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주의 검찰총장들은 건보개혁법 위헌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규제 - 기후변화 ‘제2의 입법戰’ 예고

○ 차기 어젠다는?


건보개혁 입법이 일단락되면서 차기 어젠다가 무엇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원 금융위원회는 22일 민주당의 크리스토퍼 도드 위원장이 제출한 금융규제 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공화당 의원 10명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찬성 13표로 통과됐다. 도드 위원장의 개혁법안은 소비자금융보호기구 설치, 금융안정감독위원회 신설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감시하고 미국인들이 거대 금융기관과 은행들의 무책임한 투자에 책임져야 하는 부조리를 막을 수 있는 진정한 금융 개혁법안의 최종 통과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고 환영했다.

기후변화 대응법안도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무 상임위원회인 외교위원장을 맡고 있는 존 케리 상원의원은 “백악관이 더 많은 에너지와 관심을 기후변화 대응 문제에 쏟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개혁과제 중) 두 번째 입법투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 법안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해를 줄이며 원유 수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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