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美 건보 개혁 ‘100년 숙원’ 풀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3일 03시 00분


하원 찬성219 반대212 가결…美국민 3200만명 추가 혜택
언론 “오바마의 정치적 승리”

미국에서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 구상이 나온 지 근 100년 만에 마침내 국민 대다수가 가입하는 건강보험제도가 마련됐다. 그동안 미국의 건강보험제도는 부자에게만 유리하고 못 가진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 하원은 21일 밤(현지 시간) 지난해 12월 상원에서 통과된 건보개혁 법안을 원안대로 표결에 부쳐 재적의원 431명 중 찬성 219표, 반대 212표로 승인했다. 공화당 의원 178명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고 민주당에서는 34명의 반란표가 나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상하 양원을 통과한 건보개혁법에 서명할 예정이며 이 법안은 대통령의 서명 직후 발효된다.

법안이 발효되면 미국은 보편적 건강보험제도를 구상한 1912년 이후 98년 만에 처음으로 대다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제도를 갖게 된다. 미국 언론은 21일 하원의 법안 승인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날 하원은 또 상원에서 가결된 법안을 일부 수정한 하원 별도법안도 표결에 부쳐 찬성 220표, 반대 211표로 통과시켰다. 수정안은 향후 10년간 9400억 달러의 재정을 투입해 건강보험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4600만 명 가운데 3200만 명에게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건보 수혜율을 95% 수준으로 높이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 수정안은 보험사에 대해서는 개인의 과거 병력(病歷) 등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개인 또는 단체가 개별 보험상품을 비교분석하면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보험거래소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원의 법안 통과 직후 백악관 이스트룸에 나와 “우리는 특정 이익단체의 과도한 영향력을 이겨냈으며,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신이나 냉소주의, 그리고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는 어느 특정 정파의 승리가 아닌 미 국민의 승리이며 상식의 승리”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날 하원의 표결은 공화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으며 상당수 미국인이 건보개혁의 추진 과정에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올해 11월에 치러질 중간선거에서 핵심 논쟁 사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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