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사장 “美청문회 출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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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24일 열리는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하겠다고 19일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리콜 사태의) 원인 규명에 협력하는 자세를 보이고 차량 안전성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청문회 출석 의사를 분명히 했다. 17일 기자회견에서 청문회 불참 의사를 밝힌 지 이틀 만에 방침을 번복한 것.

도요다 사장이 청문회에 출석하기로 결정한 것은 미 하원의 출석 요청과 미국 내 비판 여론 때문이다. 청문회를 주관하는 미 하원 감시·정부개혁위원회의 에돌퍼스 타운스 위원장은 18일 도요다 사장에게 서한을 보내 “소비자들은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지, 도요타 차량을 운전하는 것이 안전한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도요다 사장이 명확히 밝혀 달라”고 출석을 요청했다. 도요타는 당초 이나바 요시미(稻葉良睍) 북미법인 사장을 출석시킬 예정이었으나 청문회의 공화당 간사인 대럴 아이서 의원은 “경영의 결정권은 본사 사장이 갖고 있는데 북미법인 사장의 증언만으로 충분하겠느냐”며 압박했다.

도요다 사장이 청문회 불참을 선언한 17일 이후 미국 언론의 ‘도요타 때리기’가 더욱 거세진 것도 출석 쪽으로 급선회한 이유다. 뉴욕타임스는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야말로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했고 ABC방송은 “최고경영자가 도망가는 것이냐”고 힐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요다 사장이 미국을 방문할지 여부조차 불확실하다”고 비판했다.

도요타로선 하루빨리 출석 방침을 밝히지 않으면 미 의원들의 반감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청문회를 피해야 할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자칫하면 회복하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가 청문회 출석을 놓고 이랬다저랬다 말을 바꾸자 일본 정부 내에서도 싫은 소리가 나왔다. 교통담당 각료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은 19일 “목숨과 관련된 안전성 문제에는 확실하게 대응하는 것이 자동차회사의 책무”라며 “몇 차례나 말을 바꾸며 안 가겠다는 말까지 나온 것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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