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핵심 간부 암살사건은 고도로 조직화된 암살단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사건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과 아일랜드는 자국민의 명의가 암살단 여권 위조에 도용됐다며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두바이 경찰이 공개한 공항과 호텔 폐회회로(CC)TV엔 암살단의 행적이 고스란히 포착돼 있다. 우선 하마스 핵심 간부 마흐무드 알마브후흐(50)는 지난달 19일 오후 3시 20분 두바이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가자지구에 무기를 밀반입하기 위해 거래상을 접촉하려 두바이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알마브후흐의 입국을 앞두고 암살단 11명은 그가 묵을 호텔과 공항 등지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표적’을 기다렸다. 영국인 6명, 아일랜드인 3명(여성 1명 포함), 프랑스인, 독일인 각 1명(여권 기준)으로 구성된 암살단은 알마브후흐의 입국에 앞서 이날 낮 12시부터 유럽 각국에서 차례로 입국했다. 암살단 중 공항 대기조는 알마브후흐가 공항을 나서자 곧바로 미행을 시작했다.
그가 공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알부스탄 로타나 호텔에 체크인 한 후 객실로 가기 위해 승강기를 탔을 땐 암살단 중 호텔 정찰조 2명이 테니스복 차림으로 같은 승강기에 타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객실이 230호임을 확인한 암살단은 맞은편 객실 237호를 예약했고 알마브후흐가 이날 오후 4시 23분 잠시 호텔을 떠나자 암살 실행조 4명이 237호로 들어갔다. 오후 8시 24분 알마브후흐가 외출을 마치고 객실로 돌아오자 암살단은 그를 살해한 뒤 오후 8시 46분 호텔을 떠났다. 20여 분 사이에 범행을 마치고 호텔을 떠난 암살단은 오후 10시 반부터 파리, 프랑크푸르트, 홍콩 등으로 잇따라 출국했다. 알마브후흐는 다음 날 오후 1시 반 호텔 직원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그는 전기충격을 당한 뒤 목이 졸려 살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히 칼판 타밈 두바이 경찰청장은 “살해 방식이 모사드가 과거 사용했던 것과 유사하다”며 “모사드가 개입했을 가능성은 99%”라고 단언했다고 현지 일간지 ‘더 내셔널’이 1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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