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황제? 내집마련 허덕이는 노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7일 03시 00분


1980년대 출생 中 신세대 ‘바링허우’ 스트레스 호소

“우리를 편하게 자라 안주하는 소황제(小皇帝)로만 보지는 마세요.” 개혁개방 이후 초고속 성장기에 태어나 상대적으로 풍족하게 자란 중국의 신세대 ‘바링허우(80後·1980년대 출생자)’가 예상과 달리 다른 세대보다 더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광저우(廣州)일보가 웹 포털 신랑(新浪), 다양(大洋)망 등과 공동으로 전국 3313명의 바링허우를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한 결과 조사 대상의 절반이 넘는 52.6%가 “1970년대나 90년대에 태어난 세대보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심하며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부를 대물림 받은 사람’ 또는 ‘부모의 재산을 믿고 카드로 돈을 펑펑 쓰는 카누(잡奴·카드의 노예)’라는 비난을 많이 들었지만 조사 대상 48.1%가 “직장을 잡고 결혼할 연령이 돼 집 장만과 아이 양육 부담이 가장 크다”고 답변했다. 집값 상승으로 집을 마련하지 못해 ‘팡누(房奴·집의 노예)’가 되어 가는 것도 이들 세대다.

‘1가구 1자녀’ 정책에 따라 친가와 외가 등 4명의 조부모와 부모 등 6명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자라 ‘소황제’로 불려온 이들은 당초 예상과 달리 ‘부모의 (과도한) 기대’(3.5%)가 주는 스트레스는 구직이나 사회생활에서 오는 것보다 비중이 크게 낮았다.

월수입은 81.0%가 6000위안(약 100만 원) 이하였으며, 6000∼1만 위안 10.1%, 1만∼2만 위안 5.8%, 2만 위안 이상 3.1%였다. 저축해 놓은 돈이 10만 위안 미만이라는 사람도 80%가량 됐다. 많지 않은 월급에 비해 부모에 대한 효심은 높아 38.2%가 부모에게 매달 용돈을 보내 드린다고 대답했다. 이 중 29%는 1000위안, 6.9%는 1000∼2000위안을 보내 드린다고 답했으며 2000위안 이상도 2.3%였다.

이들은 주택 마련엔 열성을 보였지만 자동차 구입은 아직 사치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동차를 갖고 있다는 응답자는 13.5%에 그쳤으며, 2년 안에 구입하겠다는 사람도 19.7%에 불과했다. 자동차를 사지 않는 이유로는 주유비와 주차비, 도로이용료 등 경제적 부담이 주요인으로 꼽혔다.

광저우일보는 “(행동이) 제멋대로여서 ‘별종’ ‘반항아’로 불리면서도 어느 세대보다 애국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바링허우가 이제 ‘꿈은 멀고, 현실은 혹독하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생활인이 됐음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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