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 공화 “잘해 봅시다”… 돌아서자마자 “너부터 잘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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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보건의료개혁, 경제회복 및 일자리 창출 등 산적한 현안을 백악관과 민주당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초당적(bipartisanship) 국정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미국 정치는 정쟁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9일 하루 동안 미국 워싱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 공화 양당 지도부의 행태는 워싱턴의 파당정치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결정판이다.

오전 10시 백악관 캐비닛룸.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와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존 베이너 하원 원내대표와의 회동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이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주요 민생현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초당적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모임의 정례화도 언급했다.

이어 오후 1시 반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정례브리핑에 모습을 드러냈다. 예정에 없는 깜짝 등장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모임이 잘됐다”고 운을 뗐지만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초당적 협력이란 공화당이 주장하는 것을 이뤄주기 위해 민주당이 옳다고 믿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모름지기 주고받기가 가능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이 (내가 지명한) 고위 공직자 인준을 계속 지연시킬 경우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을 이용해 상원 인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휴회 중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고도 했다.

백악관을 나선 뒤 기자들 앞에 선 공화당 지도부도 “초당적 협력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했지만 톤은 달랐다. 매코널, 베이너 대표는 “보건의료개혁은 반대 여론이 높다.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두 대표는 “초당적 협력은 밀실에서 법안을 만든 뒤 상대 당에 협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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