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48년 텃밭이 오바마 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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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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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 상원 선거 공화 승리
민주 57석으로… 개혁 좌초 위기
27일 오바마 연두교서 관심집중

“파랑(민주당 지지를 의미하는 블루 스테이트) 중에서도 가장 진한 파랑인 난공불락의 성(城)에서 불가능해 보이던 정치적 기적을 이뤘다.”(CNN)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다.”(워싱턴포스트)

19일 치러진 미국 매사추세츠 연방 상원의원 선거가 무명의 공화당 후보 스콧 브라운 주 상원의원(50)의 승리로 돌아간 것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이렇게 평가했다.

매사추세츠 주는 197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가 미국 49개 주를 쓸어 담으며 압승할 때도 유일하게 민주당의 조지 맥거번 후보의 손을 들어줬던 곳. 공화당이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것도 1972년이 마지막이었다. 매사추세츠 주는 2008년 대선에서도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62% 대 36%라는 압도적 차로 승리를 안겨준 전통적인 민주당의 아성이었다. 2명의 상원의원과 10명의 하원의원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며 주지사도 민주당이다.

○ 1년 만에 돌아선 민심

20일이면 취임 1년을 맞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냉정한 민심을 절감했다. 이미 지난해 11월 치른 뉴저지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힘 한 번 못 써보고 공화당 후보에게 패했다. 매사추세츠, 뉴저지, 버지니아 주는 변화와 개혁을 모토로 한 오바마 선거혁명의 진원지였다는 점에서 연이은 선거 패배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백악관은 부인하지만 이번 선거는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평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두 자릿수의 실업률과 막대한 구제금융 및 경기부양책에 따른 재정적자의 증대, 의회 내 민주당의 일방통행식 독주 등에 대한 반감이 투표결과로 드러난 셈이다. 게다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악화일로에 있고 여전히 미국은 테러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도 실망감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테리 매콜리프 전 민주당 전국위원장은 “국정운영의 방향을 쇄신하라는 민심의 반영”이라고 평가했다.

○ 건강보험 개혁 추진에 적신호

브라운 후보의 제1 공약은 건보개혁 반대였다. 선거 초반 30% 이상 벌어진 판세를 일거에 백중세로 돌려놓은 것도 “상원의원이 되면 상원에서 41번째 반대표를 찍겠다”는 말 한마디였다. 이날 당선 축하 연설 도중 지지자들은 “그를 당장 상원에 앉히라(Seat him now)”고 연호했다. 매사추세츠의 민주당 지도부가 브라운 당선인의 당선 확정을 미루면서 연방 의회의 건보개혁 법안 처리를 서두르려는 전략을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대한 반감의 표시였다. 주 규정에 따르면 주정부 및 의회는 투표일 후 10일 이내에 부재자 투표 개표를 끝내고 당선자를 확정하게 돼 있다. 건보개혁안은 이미 상하 양원을 통과했고 단일안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의회의 신속한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민주당 내 중도파에서도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오바마의 연두교서에 시선 쏠려

결국 모든 시선은 27일 오후 8시(현지 시간) 상하 양원합동회의에서 행하는 첫 연두교서에 쏠리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선거결과 등을 감안해 새로운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회의 한 소식통은 “개혁과업을 당당히 밀어붙이라는 진보진영의 주장과 11월 중간선거를 위한 화합정치가 필요하다는 중도우파의 목소리 사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깊은 고민에 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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