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美MD, 핵군축 협상에 포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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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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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로 양국 세력 균형 위협
러, 공격용 무기 개발 필요”
美선 거부… 협상 난항예고

러시아의 실력자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사진)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때문에 냉전시대 이후 형성된 세력 균형이 위협받고 있다”며 양국 간 핵 군축 협상에 이 문제를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총리는 29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의 MD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대체할 후속협정 체결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세력 균형 붕괴를 막기 위해 MD에 대항하는 새로운 공격용 무기 개발 의지를 밝혔다.

그는 미국만 미사일 공격을 막는 방어망을 갖출 경우 결국 세력 균형이 깨져 미국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된다며 “(세력 균형이 무너진 뒤 현실화될) 미국의 공격적인 태도는 현실정치는 물론 경제 분야에서도 즉각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러시아가 신무기에 대한 정보를 미국 측에 제공하기를 원한다면 미국도 MD에 대한 정보를 러시아와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에 대해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푸틴 총리가 대통령 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여전히 러시아의 외교정책 및 미국과의 협상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1991년 체결된 START-1은 이달 5일 시효가 만료됐으며 연내 타결을 목표로 논의돼 온 후속협정은 양국 간 이견으로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AP는 미사일 비행정보를 상대국이 파악할 수 있도록 암호화를 금지하는 규정 등을 놓고 양측이 대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속협정 논의는 러시아의 반대에도 미국이 폴란드와 체코 등 동유럽 국가에 추진해온 MD를 9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전격 철회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푸틴 총리가 당초 협상 의제에 없었던 MD 문제를 새롭게 제기함에 따라 후속협정 서명이 상당 기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는 “후속협정은 공격용 무기만 다루는 자리”라며 푸틴 총리의 MD 포함 요구를 거부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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