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두둑해진 中, 소비대혁명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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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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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P 4000달러 시대 성큼

중국의 내년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000달러 선에 근접하면서 소비패턴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자동차와 고급 주택 수요가 급증하고 관광 여행이 대중화되는 등 생활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또 자신의 정치 사회적 권리를 향유하려는 시민들의 의식이 높아지고 빈부격차가 심화됨에 따라 사회불안 요소도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주택 자동차 등 고액상품 소비시대

중국 국책연구소인 사회과학원은 21일 발표한 ‘2010년 사회청서’에서 내년 말 1인당 GDP가 4000달러에 근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망은 “1인당 GDP가 3000달러에서 4000달러까지 오르는 데 2년밖에 안 걸린 것은 일본 한국을 제외하고는 중국이 유일하다”며 “중국은 이제 ‘1인당 GDP 1만 달러 시대’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4000달러에서 1만 달러로 높아지는 데 일본은 10년, 독일 프랑스 한국은 7년이 걸렸으나 중국은 더 빠를 것이라고 중국신문망은 내다봤다.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개인의 소비패턴도 바뀌고 있다. 사회과학원 보고서는 “주택과 자동차 등 고액 소비상품의 수요가 크게 늘고 교육 의료 여행 문화 등 신형 소비지출이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대중소비 신성장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규정했다.

중국 국가통계연감에 따르면 민간의 자동차 보유 대수는 2000년 625만 대에서 지난해 3501만 대로 8년 만에 5배 이상 늘었다. 1997년 처음 100만 대를 넘어선 베이징(北京) 시는 2003년 200만 대, 2007년 300만 대를 넘어선 뒤 이달 18일 400만 대를 돌파했다. 차량 증가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휴대전화 가입자도 2000년 8453만 명에서 지난해 6억4124만5000명으로 급증했다.

중산층이 두꺼워지면서 인권 시민 민주의식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충칭(重慶) 시에서는 폭력조직 두목의 재판을 도우려던 유명 변호사가 증거조작 등의 혐의로 당국에 체포되자 동료 변호사들이 해명을 요구하며 항의 서신을 중국변호사협회 등에 보냈다. 중국신문망은 “지난해 베이징 시가 지하철 6호선 건설 계획을 세우면서 노선이 지나는 차오양(朝陽) 구 딩푸자위안(定福家園) 아파트 주민의 의견에 따라 일부 구간을 지상에서 지하로 바꾼 것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시민의 힘을 보여준 사례”라고 전했다.

○ 빠른 성장 뒤의 그림자

사회과학원 보고서는 “최근 도시와 농촌, 사회계층 간 소득 불균형이 심화돼 사회불안 요소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올해 금융위기를 신속히 극복하고 많은 일자리가 생겼음에도 어느 해보다 많은 사회적 분란에 시달린 것은 갈수록 심화되는 소득 불균형과 함께 최근 수십 년간 당국의 권력남용과 불공정한 행위로 인한 불만이 누적된 탓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10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형사범죄가 444만여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는 것은 정부가 성장의 혜택을 고르게 분배하지 못한 데도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홍콩 원후이(文匯)보는 “중국 정부는 이제 소득 증대 못지않게 분배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며 저소득층 수입 증대와 기초 교육 및 의료 보장, 사회안전망 확충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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