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오바마?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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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도착하자마자
선진-개도국 모아 비공개회의
“올림픽 유치실패 재연” 우려도

1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모인 세계 192개국 정상 및 협상대표의 눈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집중됐다.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최종일까지 합의문 작성과 관련해 얽힌 매듭을 오바마 대통령이 풀어주기를 바랐던 것.

오바마 대통령도 이 같은 책무를 의식한 듯 예정됐던 스케줄을 변경했다. 당초 그는 코펜하겐에서 개최국 덴마크,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처 개도국 지원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이던 중국, 그리고 러시아, 브라질의 정상만 만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도착 즉시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선진국 및 브라질 러시아 방글라데시 같은 개발도상국 그리고 한국 등 17개국 정상 및 중국 협상대표와 합의문 도출을 위한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고 AP통신은 이날 전했다.

미 정부와 민주당도 오바마 대통령을 측면 지원했다. 그가 도착하기 몇 시간 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개도국 지원 1000억 달러 펀드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료는 “오바마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협상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클린턴 장관의 발표 시간까지 조정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하원 상임위원장 다수 등 민주당 지도부도 전날 코펜하겐에 도착한 뒤 개도국 그룹인 G77 협상대표들과 개별적으로 만나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설득했다.

그러나 일부 외신은 그의 코펜하겐 방문이 정치적으로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이 협상에 참석할 때는 실무합의가 끝나고 조인식만을 남겨 둔 상태가 상례인데 이번 유엔기후회의는 어떤 사전 결과도 도출되지 않았음에도 참석을 결정했다는 것. AP통신은 “코펜하겐에서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할 때 그가 왔지만 실패로 돌아간 10월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을 염려한 듯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오바마 대통령이) 허울뿐인 협약을 맺고 오느니 빈손으로 오는 게 더 낫다”며 연막을 쳤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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