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면담 정치적으로 이용, 한달전 신청 관행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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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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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접견 주선한 오자와-하토야마에 비판 쇄도

아키히토 일왕. 동아일보 자료 사진
아키히토 일왕.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일본 내각이 관례를 깨고 14일 방일하는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일왕 면담을 주선한 데 대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일왕을 만나려면 1개월 전에 접견 신청을 해야 하는 관행을 깬 것은 헌법상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돼 있는 일왕의 지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일왕 면담과 관련해 내각에 압력을 행사한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과 이를 내각에 지시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에 대해 비판이 쏠리고 있다.

12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시 부주석의 일왕 면담은 최근 중국을 방문한 오자와 간사장이 하토야마 총리에게 부탁했고 하토야마 총리가 다시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관방장관에게 지시하면서 성사됐다. 15일 일왕과의 면담 일정이 잡혀 있는 시 부주석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면 한 달 전인 지난달 15일 이전에 면담 신청이 이뤄져야 했지만 요청은 지난달 26일에서야 이뤄졌다. 이에 일왕을 보좌하는 궁내청은 1개월 원칙을 이유로 면담을 거부했지만 오자와 간사장이 거듭 강하게 요구하자 히라노 관방장관이 총리의 지시를 앞세워 “일중 관계의 중요성을 감안해 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독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케다 신고(羽毛田信吾) 궁내청 장관은 비록 내각의 지시에 따랐지만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천황은 헌법상 국가의 상징인물로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이후 일본 내에서는 원칙을 깨면서까지 시 부주석에게 특별대우를 해야 하느냐는 비판과 함께 일왕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시 부주석의 무리한 일왕 면담 추진은 최근 140여 명의 대규모 국회의원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 오자와 간사장이 중국에서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일왕 접견신청 1개월 원칙은 1995년 일왕의 행사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으나 일왕이 2004년 전립샘암 수술을 받은 뒤로 엄격히 적용돼왔다. 지난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 때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도쿄=김창원 특파원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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