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아직 멀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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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섣부른 낙관론에 “역풍 맞을수도” 일침

“위기의 터널에서 우리는 많이 걸어왔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7일 미국 경제가 스스로 지속할 수 있는 회복 단계에 들어섰다고 선언하기는 너무 이르다며 향후 미국 경제가 만만찮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워싱턴이코노믹클럽 주최로 워싱턴 캐피털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조금씩 개선된 모습이 보이지만 경제가 자생적인 회복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확신하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버냉키 의장은 경기회복 수준과 관련해 “실업률을 떨어뜨릴 만큼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경기회복이 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는 최근의 경기회복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존의 전망을 이날도 거듭 확인했다. 기업들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작년보다 나아졌고, 주가와 자산시장도 최저점에서 확연히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 구입과 소비재, 기업 투자 등 개선되고 있는 부문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경색된 신용 사정과 얼어붙은 고용시장, 위축된 소비심리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버냉키 의장이 우선적으로 꼽은 위기 요인은 빠듯한 신용 사정이다. 특히 은행 차입에 의존하는 가계와 중소기업의 신용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다 고용시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처럼 사정이 어렵지는 않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고공행진하면서 일자리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언제 직장에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떠는 가계는 섣불리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버냉키 의장은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인플레이션 문제에 “연준이 시중에 상당한 유동성을 공급한 상태지만 현 단계에서 인플레이션을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지난해 미국을 덮친 금융위기를 피하기 위해선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대마불사’라는 꿈에서 깨어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아무리 큰 기업도 금융시스템과 경제를 쥐고 흔들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면서 “이들이 납세자들을 인질로 삼으려는 행태를 없애려면 정부와 의회가 새로운 법적, 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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