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한국기업들 “소문 돌았지만 이렇게 급박할 줄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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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명절 연휴… 파트너 접촉 안돼 발동동
150여개 진출 기업 휴가 취소… 수습대책 분주

두바이 현지의 한국 기업인들은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유예(모라토리엄) 선언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두바이 지역 곳곳의 신규 공사가 중단되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 등 심상찮은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이렇게 갑자기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줄 몰랐다는 것이다.

대우인터내셔널 두바이법인 박원섭 상무는 2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모라토리엄에 대한 소문은 돌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발표할 줄은 몰랐다”며 “한국 기업들은 본사에 보고한 뒤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이슬람 명절 연휴라 현지 파트너 접촉이 안 된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에선 선언 직전까지도 “문제없이 상환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KOTRA에 따르면 두바이 정부는 연휴 직전인 25일 모라토리엄을 발표했다.

두바이는 연중 최대의 이슬람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27일)와 건국기념일(12월 2일)이 겹쳐 일반 기업은 26일부터 29일까지, 정부는 12월 3일까지 업무를 보지 않는다.

두바이 정부는 모라토리엄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연휴 전날 발표했다는 것이 현지 기업인들의 관측이다.

두바이 현지에 나가 있는 KOTRA 중동·아프리카 본부 주재원 과장은 “현지 시간으로 25일 발표했는데 26일자 신문에도 아주 작은 크기로 나왔다”며 “오히려 정부에서 50억 달러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더 크게 나왔다”고 말했다. 주 과장은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연락이 안돼 매우 답답해하고 있는데 두바이 정부는 이를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연휴가 지나면 쇼크에서 벗어나 수습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인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휴가도 취소하고 상황 파악과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기관과 공기업들이 문을 닫아 상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지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에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두바이에는 건설과 중공업, 보험, 전자 업종 등에서 약 15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KOTRA 주 과장은 “우선 급히 건설업체들의 상황을 파악했는데 문제가 된 두바이월드의 부동산개발 자회사인 나힐과 진행 중인 공사는 없다는 답을 받았다”면서 “연휴가 끝나는 29일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피해 상황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 10년째 거주하고 있는 무역업체 대표 이모 씨도 “지난해 말 금융위기 이후 신규 공사 물량이 없어 대부분 한국 기업들은 아부다비로 옮겨갔다”고 소개했다. 아부다비 외에도 카타르나 쿠웨이트 등의 물량이 많아 타격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

그는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50% 가까이 하락하고, 신규 공사가 중단되었기 때문에 위기가 올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다”면서 “현지 언론에서는 모라토리엄과 관련해 짧은 뉴스만 전할 뿐 분석이나 향후 전망에 대한 보도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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