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영화 속 흡혈귀는 왜 다 영국배우일까”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18일 20시 13분


코멘트

주미 英대사 엉뚱한 화두 던져

주미 영국대사인 나이젤 샤인월드 경.
주미 영국대사인 나이젤 샤인월드 경.
주미(駐美) 영국대사인 나이젤 샤인월드 경(56·사진)은 지난해 10월 고든 브라운 총리에 보낸 편지가 공개되면서 구설수에 휩싸였다. 당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진부하고 정책도 오락가락 한다"고 혹평한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영국 언론으로부터 '지적으로 너무 잰다(intellectually overbearing)'는 평도 들었던 그가 17일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왜 헐리우드 영화 속 뱀파이어는 모두 영국배우일까'라는 화두를 던졌다.

샤인월드 경은 "헐리우드 영화 속 가장 훌륭한 악당은 모두 영국인이라는 철칙이 있는 것 같다"며 "특히나 뱀파이어(흡혈귀) 역할은 죄다 영국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주 개봉하는 영화 '트와일라잇 속편'의 고교생 뱀파이어 역할을 한 로버트 패틴슨, 미 HBO TV드라마 '트루 블러드'의 여염집 흡혈귀 역을 맡은 스티븐 모이어, 영화 '언더월드' 시리즈에서 뱀파이어 여전사로 나온 케이트 베킨세일이 모두 영국인이라는 것. 최근의 경향만도 아니다. 1960년대 말~1970년대 초 '드라큘라' 시리즈의 드라큘라 백작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리, 영화 '드라큘라'(1992년)에 드라큘라 백작 역을 맡은 게리 올드먼 역시 영국인이다.

샤인월드 경은 '뱀파이어 = 영국인 배우'라는 등식이 성립된 까닭에 대해 "우연이라기보다는 불가해하다(cryptic)고 말하고 싶다"면서 "영국의 기후가 드라큘라 역을 하기에 딱 맞는 창백하고 풀죽은 안색을 만들어내기 때문일까, 아니면 시치미 뚝 떼는 식의 영국 유머가 뱀파이어의 대중성(kitsch)에 딱 맞아떨어지는 것일까"라고 나름의 해답을 찾았다. "솔직히 영국식 영어 악센트에 천부적으로 위협적인 요소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는 어찌됐든 미국인의 삶에 끼친 영국의 예술적 영향을 인정하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영국배우가 성공하고 영국 TV프로그램과 예술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음으로써 양국의 문화적 유대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외교관다운 발언을 덧붙였다.

32년간 외교관으로 잔뼈가 굵은 샤인월드 경은 4년 간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외교수석을 지냈고, 2006년에는 이란에 억류됐던 영국 수병 15명이 풀려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