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7∼1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릴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5)에서 기대했던 새로운 기후협약 의정서를 내놓지 못하게 됐다. 싱가포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주요국 정상들은 15일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국제적 구속력을 갖는 새 기후변화 협약 체결을 미루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이에 따라 1997년 12월 일본에서 체결된 ‘교토의정서’ 종료 뒤 2013년부터 적용할 새 기후변화 협약 체결은 내년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총회 의장인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은 이날 조찬 회동에서 완전하게 법적 구속력을 갖는 의정서 체결을 미뤄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라스무센 총리는 “남은 시간과 개별 국가의 처지를 고려하면 코펜하겐 회의 전까지 협의할 수 있는 사항들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수행한 마이클 프로먼 백악관 국제경제담당 부보좌관은 이날 회동 뒤 “지금부터 코펜하겐 회의가 열릴 때까지 22일간 국제적으로 완전한 법적 구속력을 갖는 합의를 이루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라고 각국 정상들은 판단했다”고 전했다.
내년 주요 기후변화 회의는 하반기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예정돼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새 의정서 체결은 6개월 이상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의 태도가 주목된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회동에서 선진국이 개도국에 기후변화 대처 기금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기준 마련을 위한 국제공조는 점점 동력을 잃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대부분 나라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진지한 목표를 마련하려 하기보다 국제사회의 지지나 경제적 효과를 더 얻어내는 데 골몰했다는 것이다. 정상들은 이날 채택한 공동선언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1990년 수준의 절반까지 줄인다’는 초안 문구를 삭제하기도 했다.
한편 로이터통신 등 주요 언론들은 미 의회가 관련법을 빨리 제정해 논의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루이 보를루 프랑스 환경장관은 미국을 향해 “미국은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나라이면서 ‘줄이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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