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상은 G2 책임은 회피…정체성 혼돈” 뉴스위크 분석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6일 03시 00분


“중국은 다중 인격자처럼 돼 버렸다. 세계무대에서 어떤 종류의 ‘빅 파워’를 가진 나라인지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데이비드 샴보 박사는 14일 미중 정상회의를 앞둔 중국의 내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에 오를 만한 위상을 갖게 됐지만, 이에 수반되는 책임이나 요구를 어디까지 받아들일지를 놓고는 지도층 사이에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뉴스위크 최신호는 이런 현상에 “중국이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중국이 아프가니스탄 등지를 상대로 한 테러와의 전쟁에 좀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만큼 기후변화 해결에도 주도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해 왔다. 이란이나 북한의 핵 개발 제재, 아프리카의 인권유린 문제 개선 등을 위해서도 중국의 외교적 역할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이런 요구에 마지못해 따라가거나 “아직은 때가 이르다”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되풀이해 왔다. 지금보다 큰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와 함께 중국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는 추세이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능력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 철학이 주류를 이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쪽으로만 책임을 한정시키고 있다”며 “스스로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정립하지 못했고, 슈퍼파워로서의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약점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려는 중국의 태도는 또 다른 한계로 지적된다. 중국이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대학생들의 대화에서 인권이나 표현의 자유 문제 등이 돌발적으로 언급될 가능성 때문에 TV나 인터넷 생중계를 극도로 꺼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 최근 중국 상점에서 인기리에 팔리는 이른바 ‘마오바마(maobama·오바마 대통령에 마오쩌둥의 이미지를 덧입힌 그래픽)’ 티셔츠 판매가 암암리에 규제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뉴스위크는 분석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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