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 1주년 하루 앞두고 버지니아-뉴저지 유권자 등돌려
아프간 병력 증파-건보개혁 등 국정수행 추진력 상실할수도
미국 공화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에 강력한 두 방의 ‘펀치’를 날렸다.
민주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승리 1년을 하루 앞두고 3일(현지 시간) 실시된 버지니아 주와 뉴저지 주 등 2곳의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에 완패했다. 뉴욕시장 선거는 무소속인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민주당의 윌리엄 톰슨 후보와 접전 끝에 51% 대 46%로 이겼다. 민주당이 중간평가 성격을 띤 이번 선거에서 참패함에 따라 앞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수행은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2002년 이후 두 차례 치러진 주지사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버지니아에서는 공화당의 밥 맥도널 후보가 59% 지지를 얻어 민주당의 크리 디즈 후보(41%)를 큰 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공화당은 버지니아 주 부지사 선거와 검찰총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을 눌러 버지니아 주 선출직 선거 3개를 모두 이겼다. 버지니아 주는 지난해 대선에서 공화당이 44년 만에 처음으로 주인 자리를 내준 곳이어서 공화당으로서는 의미 있는 정치적 승리로 평가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이 민주당에 ‘더는 2008년이 아니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인 뉴저지 주의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존 코자인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의 막판 지원 유세에도 공화당의 크리스토퍼 크리스티 후보에게 45% 대 49%로 패배했다. 크리스티 후보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뉴저지 주 고위공직자 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 후보로 기록된 반면 현역 주지사로 재선에 도전한 코자인 후보는 뉴저지에서 1993년 이후 처음으로 재선에 실패한 주지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버지니아 주와 뉴저지 주는 지난해 대선에서 중립 성향의 유권자들이 오바마 후보에게 몰표를 준 곳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화당의 손을 들어 줬다.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경제 문제가 다른 이슈를 제치고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 유권자들이 ‘무능한’ 민주당을 외면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젊은 층과 흑인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 적극 참여하지 않은 것도 민주당 패배의 원인으로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디즈 후보와 코자인 후보의 유세장을 5차례 이상 찾는 등 총력전을 폈지만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백악관은 이번 선거 결과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주지사 선거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수도 워싱턴과 경제수도 뉴욕 인접 주에서 민주당이 모두 패배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은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개혁정책인 건강보험 개혁은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어 추진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또 아프가니스탄 병력 증파 문제 등 보수 진영과 대립하고 있는 국정 현안에서도 정치적 부담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3일 미 뉴욕시장 선거를 이렇게 평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현 시장이 낙승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무명에 가까운 민주당 윌리엄 톰슨 후보에게 5%포인트 차로 가까스로 이겼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시장은 자신의 3선 출마를 위해 ‘선출직 공무원은 재선까지만 허용한다’는 뉴욕시 선거법까지 지난해 논란 끝에 뜯어고쳤다. 이 때문에 지난 8년간 뉴욕시장 직을 누구보다 훌륭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면서도, 평판은 크게 추락한 상태였다. 이것이 이번 ‘상처뿐인 승리’의 원인이라고 미국 언론은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유권자 상당수가 ‘마지못해’ 그를 찍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올해 선정한 세계 17번째 부자(재산 약 160억 달러·약 18조8900억 원)답게 무려 9000만 달러(약 1060억 원)라는 천문학적 선거자금을 풀었다. 톰슨 후보의 선거자금은 600만 달러(약 70억 원)에 불과했다. 유권자 사이에서는 “블룸버그 시장이 돈으로 표를 산 셈이다”라는 말도 돌았다.
1942년 매사추세츠 주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블룸버그 시장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투자은행 살로먼브러더스에서 능력 있는 증권거래중개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1981년 명예퇴직을 당한 뒤 이듬해 금융 및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블룸버그통신을 설립해 대성공을 거두며 ‘자수성가한 미국인의 전형’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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