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실시될 아프가니스탄 대선 결선투표를 엿새 앞두고 첫 투표에서 2위였던 압둘라 압둘라 전 외교장관(사진)이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아프간 정국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압둘라 후보는 1일 기자회견에서 “공정한 선거를 위한 요구를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거부함에 따라 투명한 선거가 불가능해 결선투표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프간 국민들은 현 선관위가 관리하는 투표의 결과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결선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압둘라 후보는 8월 20일 실시된 1차 투표 때 벌어진 선거 부정행위가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지줄라 루딘 선거관리위원장을 교체하고, 결선투표를 내년 봄에 실시할 것 등을 요구했지만 카르자이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헌법에 결선투표 후보 중 1명이 사퇴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 최종 당선자를 가릴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아프간 선관위는 “투표는 예정대로 실시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압둘라 후보도 “지지자들에게 투표 불참을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르자이 대통령 한 명을 놓고 투표를 해봤자 당선될 것이 확실하고, 투표를 방해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탈레반의 테러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표를 실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 정부는 압둘라 후보의 사퇴에 개의치 않겠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한 명의 후보가 사퇴한다고 해도 결선투표의 합법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압둘라 후보가 사퇴함에 따라 결선투표를 통해 명확한 승자가 가려져 아프간 정국이 안정되기를 기대했던 미국의 희망은 사라졌으며, 아프간 추가 파병 규모를 둘러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졌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대규모 추가 파병을 하기 위해서는 아프간에 정통성에 대한 시비가 없는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처럼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면서 아프간에서는 일상 업무가 마비된 상태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건축자재 판매업자인 압둘 마난 씨(38)는 “대선을 둘러싼 혼란 때문에 외국인들이 투자를 중단해 대형 건설업체들은 물론이고 소규모 상인들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유층은 자녀들과 돈을 해외로 빼돌리고 있고, 탈레반의 잇따른 테러로 생필품 수입마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시장도 개점휴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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