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소은행 줄파산… 제2 금융위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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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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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하루새 9곳 문닫아… 올 115곳 파산

부실대출 손실규모 1160억 달러 대공황보다 심각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원지였던 미국 월가 은행들이 다시 보너스 잔치를 벌일 정도로 한숨을 돌렸지만 중소 지방은행들의 위기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부실대출이 쌓이고 파산하는 은행들이 잇따르면서 이 중소 은행들이 또 다른 금융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미국 언론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하루에 9개의 중소 은행이 문을 닫으면서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하루에 가장 많은 파산 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들 중에는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올해 파산한 미국 내 은행으로는 4번째로 큰 ‘캘리포니아 내셔널 뱅크’도 포함됐다. 이로써 올해 파산한 미국 은행은 모두 115개로 늘었다. 이는 지난해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월가 안팎에서는 120개 은행이 파산한 1992년의 최고 기록을 올해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파산하는 지방은행이 늘고 있는 것은 서민 중산층이나 중소기업 등에 나간 대출이나 상업용 모기지 대출의 연체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가계 소득이 줄고 소비가 감소하면서 문을 닫는 상점이 늘고 쇼핑몰의 공실률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이 부실대출로 손실 처리한 대손상각 규모가 올 들어 1160억 달러에 이른다. 전체 여신 대비 상각률은 2.90%이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2년의 2.25%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25일 파산한 상업용 부동산 대출업체 캡마크에 이어 중소기업 대출 전문은행인 CIT그룹도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CIT가 수일 내에 뉴욕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총 71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미국 20위권 은행인 CIT가 파산보호를 신청할 경우 리먼브러더스, 워싱턴뮤추얼, 월드컴, 제너럴모터스에 이어 미 역사상 5번째 큰 규모의 파산이 된다. CIT는 미국 정부에서 23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 파산을 모면했지만 급증하는 부실대출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CIT의 파산은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 수만 곳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중소 은행들이 안고 있는 부실 중에서도 특히 상업용 모기지는 ‘뇌관’으로 꼽힌다. 월가 대형 은행들에 비해 상업용 모기지 비중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포어사이트 어낼리틱스에 따르면 미 은행권의 상업용 모기지 부실 규모는 1100억 달러에 이른다. 반면 은행들이 부실에 대비해 쌓아둔 충당금은 400억 달러에 불과하다. 상업용 모기지 연체를 감당하지 못하는 은행이 점점 늘 것이라는 의미다.

월가의 유명 투자자인 윌버 로스 씨는 블룸버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입주율이 떨어지고 임대율도 하락하는 등 관련 지표들이 악화되고 있다”며 “상업용 부동산시장 대폭락도 배제할 수 없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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