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제3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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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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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아프간戰 이어 美 기득권세력과 一戰
로비스트-월가 경영진 등에 연일 포화
개혁정책 가속-공화당 입지축소 포석

‘로비스트, 월가 경영진, 보험사, 상공회의소, 폭스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연일 포문을 열고 있는 대상이다. 이른바 기득권 세력이다.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은 공화당의 배후로 이들을 지목한다. 건강보험 개혁과 금융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대통령은 정면 승부의 길을 택한 듯하다. 공화당에선 이를 두고 ‘적군(敵軍) 리스트’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 개혁 대상으로 로비스트 지목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워싱턴 정가의 로비스트를 개혁 대상으로 꼽았다. 의회뿐 아니라 백악관 곳곳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로비스트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재임 중에 어떤 개혁도 이뤄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선 때 그는 개인 로비스트들의 기부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는 과거 2년 동안 로비 활동을 한 사람은 관료가 되더라도 해당 분야의 관련 정책을 맡을 수 없도록 했고, 최근에는 무역정책에 기업가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산업무역자문위원회(ITAC)에 등록된 로비스트를 없애기로 했다. 로비스트들이 밀집한 워싱턴 시내의 ‘K스트리트’를 겨냥한 것이었다.

○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정책은 바로 로비스트들의 일거리로 연결된다. 그는 17일 주례연설에서 “보험사들이 로비스트를 동원해 기부금을 살포하면서 의회를 공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발언 직후 민주당에선 보험업에 독점금지법을 적용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거들었다. 건강보험 법안 처리에 반발하면서 대대적인 TV 광고 물량공세에 나선 보험사에 보복한 것이다. 백악관에선 상공회의소를 재계 대표단체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작정한 듯하다. 대신 개별 기업과 직접 상대하겠다며 실제 행동에 옮기고 있다.

상의가 건강보험 개혁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1억 달러를 광고와 로비에 쓰겠다고 선언한 데 대한 반격이다. 월가 경영진의 보너스 잔치에 포문을 연 것도 개혁을 주저하는 금융계를 정면 겨냥한 것이다.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고 오바마 대통령을 대놓고 비난해온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에 대해 핵심 참모들은 ‘공화당의 날개’라고 비난했다.

○ 정치적 계산 깔린 행보

기득권 세력과의 전쟁은 공화당의 입지를 좁히려는 포석이다. 궁극적으로 민주당 지지 세력을 결집해 개혁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집권 1년차에 해내지 못하면 개혁정책이 표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깔려 있다. 하지만 반응은 엇갈린다.

공화당의 중진인 라마 알렉산더 상원의원은 21일 상원 본회의에서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 백악관이 언론인과 야당 정치인, 기업인, 노조 지도자 등을 망라한 적군 리스트를 만들어 ‘우리에게 반대하는 모든 세력은 해치워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던 것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마지막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데이나 페리노 씨는 “이제 불과 10개월 지났는데 오바마 행정부는 사방 곳곳에 불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이 NBC방송과 공동으로 1009명의 미국인을 상대로 22∼2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이 52%로 제대로 가고 있다는 응답(36%)을 훨씬 넘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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