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6세 소녀 홀로 요트 세계일주 도전… 용기? 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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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0일 03시 00분


부모 “딸 잃는 것보다 꿈 꺾는 게 더 잔인”
왓슨 양 4만2596km 장정 올라


18일 오전 제시카 왓슨 양(작은 사진)이 요트 엘라의 핑크 레이디호를 타고 호주 시드니항을 떠났다. 그가 도전한 최연소 ‘무도움 항해’ 세계일주의 현재 기록은 같은 호주인인 제스 마틴 씨(1999년 당시 18세)가 갖고 있다. 시드니=EPA 연합뉴스
18일 오전 제시카 왓슨 양(작은 사진)이 요트 엘라의 핑크 레이디호를 타고 호주 시드니항을 떠났다. 그가 도전한 최연소 ‘무도움 항해’ 세계일주의 현재 기록은 같은 호주인인 제스 마틴 씨(1999년 당시 18세)가 갖고 있다. 시드니=EPA 연합뉴스
‘10대 소녀의 단독 항해, 위대한 도전인가, 무모한 시도인가.’

호주 16세 소녀의 나홀로 요트 세계일주가 18일(현지시간) 닻을 올린 뒤에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아름다운 청춘의 특권이란 지지와 청소년의 설익은 과욕이란 반대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연소 ‘도움받지 않는 항해’란 기록에 도전한 이는 호주 퀸즐랜드 주 선샤인코스트에 사는 제시카 왓슨 양(16). 18일 오전 9시경 시드니항을 떠난 그는 혼자 선체 길이 10m의 개인 요트를 타고 장정에 올랐다. 피지와 사모아를 거쳐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까지 총 4만2596km를 도는 바닷길로 완주에 8개월 이상 걸린다.

왓슨 양의 원대한 포부는 출발 전부터 화제였다. 예쁜 미소를 가진 당찬 소녀에게 언론은 물론 젊은층의 관심이 쏟아졌다. 8세부터 항해술을 배워 지금까지 8000여 km나 배를 몰았다는 경력도 알려졌다. 독서와 요리, 초콜릿을 좋아하는 그의 일상도 화제였다.

하지만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열여섯은 아직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나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영국 스카이뉴스 방송은 “그의 항해계획 차트를 살펴보니 면밀한 계획보단 치기 어린 꿈만 가득하다”며 걱정했다. 애나 블라이 퀸즐랜드 주총리도 “위험한 여행에 나서기에 왓슨 양의 경험은 한참 부족하다”고 말했다. 올해 초 네덜란드 법원이 13세 소녀 로라 데커의 요트 항해 계획에 중지명령을 내린 것도 반대여론에 힘을 실었다.

이번 도전은 육지에 잠깐 배를 댈 순 있지만 선내에 음식물 외엔 반입할 수 없고 배가 고장 나도 스스로 고쳐야 한다는 ‘무도움 항해’라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올해 9개월간 4만5062km를 항해한 영국의 마이크 퍼햄 군(17)도 외부 도움을 받았다. 왓슨 양이 지난달 시드니 근해에서 훈련하다 6만3000t급 중국 벌크선과 충돌해 돛대까지 부러진 사고를 겪자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주위 걱정과 달리 왓슨 양의 부모는 의연하다. 아버지 로저 씨는 “딸을 잃는 것보다 평생의 꿈을 꺾는 게 더 잔인한 일”이라고 말했다. 호주 항만당국은 “현재 법으로 항해를 막을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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