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변호사들, 민주화 씨앗 뿌린다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50분


코멘트
법 지키며 체제에 도전… 사회적 약자 무료 변호

중국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는 류스후이(劉世輝) 씨는 11일 친구들과 등산을 하다 티셔츠에 새겨진 글씨 때문에 공안에 연행돼 4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2일 보도했다. 법률사무소 징궈(經國) 소속인 그가 입은 티셔츠에는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일당독재는 재앙’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조사를 받고 나온 후 그는 1940년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사설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말했다. 그가 입고 있던 티셔츠의 뒷면에는 “공산당은 국민당의 일당독재에 반대해 국민당 같은 일당독재 체제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라는 류사오치(劉少奇) 전 국가주석의 말이 새겨져 있다. 공안은 류 씨에게 이 티셔츠를 벗어 가위로 찢은 뒤 아무런 글자도 새겨지지 않은 옷을 입도록 한 뒤 풀어줬다. 류 씨는 6·4 톈안먼(天安門) 사건 20주년 기념일을 앞둔 5월 중순에도 이 티셔츠를 입고 다니다 공안에게 경고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변호사야말로 통제 사회인 중국 대륙에서 민주화와 개혁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인권시민단체인 궁멍(公盟)의 대표는 쉬즈융(許志永·36) 변호사로 건국 60주년 국경절 기념식을 앞두고 7월 29일부터 8월 22일까지 구금됐다가 풀려났다. 변호사들이 주축이 된 궁멍은 기부금을 받아 농민공 철거민 고문피해자 등의 소송을 대리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무료로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올 6월,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샤린(夏霖)과 샤난(夏楠) 변호사는 허난(河南) 성 언시(恩施)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서 성희롱과 관련해 사회의 주목을 받는 활동을 했다. 올해 21세인 한 호텔의 안마 여종업원 덩(鄧)모 씨가 자신을 희롱한 남성(44)을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에서 덩 씨의 무죄를 이끌어 낸 것. 샤린 변호사는 사건 당시 덩 씨가 정신적으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태였고 성희롱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등의 논리를 내세웠다.

통제가 심한 중국 사회에서 변호사들은 민원을 해소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분석했다. 따라서 이러한 변호사 활동은 공산당 권위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다만 당국은 법률을 토대로 한 변호사 활동은 반체제 인사의 활동이나 폭동 등의 시위보다는 파급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변호사의 활동 공간도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