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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0월 1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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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문제 때문에 100년 가까이 앙숙 관계였던 터키와 아르메니아가 마침내 국교를 수립하기로 했다. 16년 동안 닫혀 있던 양국의 국경도 곧 다시 열리게 됐다.
아흐메트 다부토글루 터키 외교장관과 에두아르드 날반디안 아르메니아 외교장관은 10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국교 수립 및 양국 관계 발전에 관한 의정서에 서명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양국은 의회의 비준을 받은 뒤 두 달 안에 1993년부터 폐쇄돼온 국경을 다시 개방하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유엔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서명식에 참석했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커다란 진일보”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고 국무부 관계자가 전했다. EU는 성명을 통해 “캅카스 남부지역의 긴장 완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역사적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양국의 불편한 관계가 시작된 것은 1915∼1917년 당시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아르메니아에서 최대 150만 명의 주민이 살해되면서부터다. 아르메니아는 “오스만제국이 인종·종교적으로 갈등 관계였던 아르메니아 주민들을 조직적으로 대학살했다”고 주장해왔지만 터키 측은 아르메니아-오스만제국 간의 분쟁 과정에서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며 사망자 수도 부풀려졌다고 반박해왔다. 양국은 이번 의정서에서 이 문제를 정의하고 화해를 모색하기 위해 역사적 기록을 공정하고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이 결국 화해를 하게 된 것은 현실적인 선택이었다고 BBC는 분석했다. 터키는 ‘EU에 가입하려면 아르메니아와의 관계를 정상화하라’는 EU의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EU 가입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경제발전을 위해 터키와의 국경 개방 및 무역 확대가 절실한 형편이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영토분쟁도 터키-아르메니아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터키는 아제르바이잔을 지지하고 있다. 1993년 터키가 아르메니아와의 국경을 폐쇄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8, 9일 이 문제를 협상했지만 실패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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